북한이 신냉전 수혜자가 되어가는 상황 ‘군사적 상호 지원’에 합의한 북-러 정상회담(6월19일 평양)의 충격이 한 달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과 미사일을 지원받는 대가로 북한에 핵탄두 및 탄도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북한이 에너지와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선, 엇갈리거나 유보적인 해석도 존재한다. 특히 ‘군사적 상호 지원’의 실효성에 대해서 그렇다. 김정은 위원장은 ‘군사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푸틴 대통령은 쓰지 않았다.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이 정도 상황만으로도 이번 회담이 동북아 지역의 신냉전 구조를 격화하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가운데 미 조지타운대 부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의 한국 석좌인 빅터 차(Victor Cha)와 같은 연구소 선임연구원 엘렌 김(Ellen Kim)이 북-러 정상회담의 의미와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CSIS는 미국의 대표적 대외정책 싱크탱크 중 하나로 국제전략과 안보 정책을 주로 연구한다. 정치적으로 중도적이며 초당적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CSIS는 북-러 정상회담이 세 가지 측면에서 이전 회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고 지적한다. 첫째 양국 간 군사기술 협력이 조약에 명시되었다. 이로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지원을 명시적으로 확보했다. 북한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 기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원격 측정 기술, 핵잠수함 기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도화 기술 등과 함께 군사위성 장비의 지원도 요청하게 될 것이다. 둘째 양국은 ‘무역 및 상호 결제의 대체 메커니즘’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유엔의 대북 제재를 정면에서 거스르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여러 제재 장벽을 넘어 식량 및 에너지와 여러 생필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셋째 두 국가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했다. 특히 어느 쪽이라도 공격을 받을 경우 상호 지원을 약속하는 제4조는 1961년 김일성 주석과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조-소 우호조약의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연상시킨다. 한국戰 이후 미국에 가장 심각한 위협 CSIS는 이러한 북-러 관계 변화가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분석한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 악화와 한반도 안보 위협을 넘어,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한 대가로 핵 전력 고도화 관련 기술을 요구한다면, 푸틴은 이를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잠수함을 완성하여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피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게 될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에 대응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결국 동북아 안보 환경을 혼란스럽게 하고 대만 유사시 대비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북한에 외부 정보 지속적으로 유입시켜야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빅터 차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외교 정책에 있어서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을 권고하며 당장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기보다는 북-러 무기 거래를 막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국경을 공유하는 두 국가 간 무기 운송을 차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UN 안보리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핵확산 감시 기구 재승인’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평양에 대한 다자간 제재 체제의 확립이 어렵게 된다. 이에 대해 CSIS 필진은 네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G7과 유럽 동맹국들을 제재에 동참시킬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고, 둘째 한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주요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CSIS는 여기에 필리핀도 초대할 것을 제안한다. 셋째 중국이 북-러 동맹 강화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불만을 이용함과 동시에 넷째 북한에 외부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입시켜 체제에 대한 내부적 불만을 증폭시켜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이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겠지만,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취하고 있는 설득 중심 전략보다는 낫다고 본다. 현 상태를 고수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기보다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제4조를 통해 양국의 군사적 협력 관계가 동맹에 가까운 수준으로 격상되었지만 그 의미는 유동적이다. 먼저 이 조항은 1961년 조-소 조약에 명시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에는 현저히 떨어진다. 무조건적인 원조 제공을 명시한 조-소 조약과 달리, 이번 조약은 유엔헌장 제51조, 북한법, 러시아 연방법에 준하는 원조 제공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곧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양국의 원조 의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러시아와 아르메니아는 1997년 군사동맹에 해당하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나고르노-카라바흐(아르차흐)에 대한 영유권 문제를 두고 2020년 9월 발발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전쟁에 러시아는 개입하지 않았다.
☑️ 북-러 정상회담이 동북아 안보 환경과 대만 유사시 대비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저자들의 분석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 분석에서 대만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중국의 입장에 대한 입체적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북-러 조약에 대해 북-러 간의 양자 협력 이슈인 만큼 논평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조약 체결 전 북한이 중국과 사전 협의, 최소한 사전 통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중러-한미일 간 신냉전 구도의 심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 향후 전략적 고려 사항과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보다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동시에 이러한 변화가 대만 문제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과 중국이 직면하게 될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북-러 간 군사기술 협력 관련 최대 관심사는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원할지 여부다. 북한은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미사일 능력을 발전시켜 왔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다탄두 각개 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MIRV) 기술,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에 있어서는 아직 기술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에 대해 러시아가 북에 핵 및 미사일 고도화 기술을 제공 및 검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러시아가 미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핵기술을 북한에 이전할지는 의문이다. 여러분은 북-러 간 군사기술 협력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 것이라 보나요? 이는 향후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더 나아가 동북아 국제 관계에 있어 어떤 함의를 가질지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