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AI and Grand Strategy: The Case for Restraint AI 군비경쟁의 시대다. 트럼프 2기 국가 안보전략서(NSS)는 “AI가 군사력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2017년에 이미 “AI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AI 군비경쟁의 승패가 이르면 2030년에 결정될 수 있다는 인식은 이미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알고리즘 기반 드론전의 양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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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1월 미국의 대표적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런 일반적 인식과 다른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AI 투자의 속성으로 볼 때 AI 기술 발전이 오히려 군비경쟁을 자제했던 19세기적 ‘자제 대전략(grand strategy)’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통적 의미의 동맹도 ‘군사동맹’에서 ‘국가-기업-국부펀드 네트워크 연합’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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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컬럼비아대 에리카 로너건(Erica D. Lonergan) 교수와 CSIS 퓨처스랩 벤저민 젠슨(Benjamin Jensen) 소장이 함께 썼다. 제목은 『AI와 대전략: 자제의 명분(AI and Grand Strategy: The Case for Restraint)』이다. 두 사람은 미국이 군사·경제·정치적으로 세계의 지배적 행위자로 남아야 한다는 기존의 대전제를 뒤집고, 21세기식 자제 전략(restraint strategy)이 AI시대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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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략이란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국가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안보와 같은 핵심 이익을 확보하고, 세계 질서 속에서 자국의 위치를 설계하는 최상위 전략을 의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전략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과 개방적 경제 촉진을 통해 규칙 기반 세계질서를 확립하는 ‘자유주의적 패권(liberal hegemony)’을 지향해왔다. 압도적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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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저자는 중국의 부상과 AI라는 범용 기술의 등장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대전략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며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방어적 현실주의(defensive realism)에 기반한 자제 전략이 더 설득력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이는 패권 유지를 위한 확장 추구보다는 외교와 경제적 관여를 앞세우며, 얽혀 있는 동맹 관계가 초래할 수 있는 전쟁 연루를 경계한다. 대전략의 주변부에 머무르던 이 논리가 AI 시대에 중심부로 소환된 이유는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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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AI 시대의 권력 균형 변화가 곧 패권 전복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AI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곧 미국의 실존적 위기로 직결되지도 않는다고 본다. AI로 무장한 중국이 미국 본토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들의 대답이다. 또 러시아의 상대적 쇠퇴, 미국의 핵 억지력 우위라는 기본 구조, 그리고 AI가 장기적으로 단일 국가에 의해 완전 독점되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점도 판단의 근거다. 저자들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여러 권력 중심지가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AI는 서로 가졌을 때 균형을 이루는 도구라는 점에서 핵무기와 유사하다”고 했다. 핵무기 보유국 간 공포의 균형 효과와 비슷하다는 의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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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AI의 파급력이 특히 경제 분야에서 변혁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군비경쟁보다 외교와 무역, 경제적 번영을 중시해 온 자제 전략의 성향에 맞닿는다. AI 경쟁의 초점 역시 생산성과 기술 생태계 주도권을 둘러싼 경제적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것이 “‘총’보다 ‘버터’에 치중했던 19세기 ‘자제 대전략’”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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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게임의 본질과 플레이어마저 바꾸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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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AI 시대는 게임의 본질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마저 재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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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투자의 규모다.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투자는 대부분 국가의 국방 예산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2025년 아마존은 1,000억 달러, 구글은 850억 달러, 메타는 720억 달러를 투입했고, 소프트뱅크·오픈AI·UAE 국영 투자사 MGX의 합작법인 스타게이트는 향후 3년간 6,000억 달러 투자를 예고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5조 달러로 독일 GDP를 넘어 세계 3위 수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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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은 플레이어의 교체 또는 변화를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국가 및 국가들 간의 동맹이 기본 플레이어였다. 그러나 이젠 국가 외에 빅테크 같은 기업들, 그리고 국부펀드들이 동맹구조에 깊숙이 들어올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하면 이 3자들 간의 복합 네트워크로 동맹의 성격이 바뀔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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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자제 전략이 19세기의 원형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AI 시대에는 안보의 핵심 자산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통적 안보가 영토 방어에 있었다면, 이제는 AI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컴퓨팅 파워, 반도체 공급망, 저렴한 에너지 등 투입 요소(inputs) 선점이 전략의 중심이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행동 계획(AI Action Plan)’²과 군 기지 내 데이터센터 구축 구상은 이러한 전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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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투입 요소를 모두 자국 내에서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첨단 반도체는 대만·한국·네덜란드·일본 기업이 공급을 주도하고, 핵심 광물은 중국이 압도적 통제력을 보유한다.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 시도는, 미국의 제재와 차단에만 의존하는 전략의 취약성을 드러낸 바 있다. AI 시대 자제 전략은 징벌적 봉쇄보다 글로벌 공급망 접근을 유지하는 경제·외교 관계를 우선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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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의 개념도 달라졌다. 정치·군사동맹보다 국가·기업·국부펀드를 연결하는 경제 네트워크가 더 중요해진다. 카타르·UAE의 국부펀드, 한국·대만의 반도체 역량을 미국 중심 생태계에 묶어두는 것이 병력 주둔보다 효과적인 안보 수단이 될 수 있다.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³ 추구도 자제 전략 관점에서는 미국의 동맹 부담을 덜어준다. 두 저자는 이 흐름이 “미국의 순이익”이라는 표현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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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치-경제 연합을 중심으로 지금까지보다 느슨한 형태의 새로운 동맹 네트워크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양한 형태의 교차적 경제 파트너십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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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운용 측면에서는 AI를 통한 인력 대체 효과가 핵심이다. 인력을 알고리즘과 무인 체계로 대체함으로써, 인건비 상승에 묶인 군 구조를 혁신할 수 있다. 미 공군의 협업 전투기(CCA)처럼, 유·무인 전력 결합으로 전투력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미국이 과도한 군사적 부담을 줄이고 선택적 관여로 전환하도록 돕는 해방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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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성이 ‘자제전략’의 대전제 트럼프의 ‘토착주의’는 흐름과 안 맞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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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 전략이 AI 시대에 논리적인 선택이라 해도, 실행 과정에서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공급망 온쇼어링(onshoring)⁴, 관세, 데이터 통제와 같은 국내 집중 정책은 자제 전략과 친화성이 있지만, AI 경쟁력은 광범위한 데이터·인재·시장 접근을 필요로 한다. 주권 보호와 개방성 사이의 긴장은 관세·이민·글로벌 인재 확보 문제에서도 반복된다. 민간 부문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국내 자율성을 강화하려는 국가 전략과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기업의 이해 간 충돌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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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지점에서 저자들이 특히 경계하는 것이 토착주의(nativism)다. 외국 인재와 영향력을 배척하는 폐쇄적 태도는 AI 발전에 불가결한 글로벌 인재 영입과 공급망 확보를 가로막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규제 완화와 에너지 투자 확대는 자제 전략과 맞닿아 있지만, 이민 제한과 관세 강화는 그 방향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자제 전략이 진정한 AI 시대의 대전략이 되려면, 개방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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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25년 7월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AI 행동 계획’은 혁신 가속화, AI 인프라 구축, 국제 안보 주도를 3대 축으로 삼아 미국의 글로벌 AI 기술 우위를 확고히 하고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현진·이대은·박보영. 「트럼프 2기 AI 정책 변화와 시사점」. 『세계경제 포커스』, Vol. 8 No. 34. 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2025.8.28.) 3) 유럽의회조사처(European Parliamentary Research Service, EPRS)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은 “언제, 어느 분야에서, 그리고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들과 함께 행위할 것인지의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행위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한승완.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논의와 시사점』. INSS 연구보고서 2021-20. 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1.)
4)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공급망·기술 활동을 자국 내로 복귀시키는 산업 전략을 의미한다. 미국의 온쇼어링은 특히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방산, AI 인프라 등 전략 산업에서 공급망 의존도를 축소하고 국가안보 및 기술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기조로 추진되고 있다.
5)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은 노드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연결 지점으로, 자원·정보·권력·흐름이 교차하거나 통과하는 행위자 또는 거점으로 정의하였다.
6) 2026년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이 전면 시행되었다. 해당 법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되었으나, 전면 시행은 한국이 최초 사례이다. 특히 AI를 특정 산업별 규제가 아닌 포괄적 상위 법률로 규정하고, 다른 법률에 특별 규정이 없는 경우 우선 적용되는 기본법적 지위를 갖는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의 입법으로 평가된다. 이는 AI 산업의 진흥과 함께 고위험 오남용을 예방하는 것을 동시에 목표로 하며, 고영향 AI 규제, 사용 사실 표시 의무, 설명 가능성 확보 등에서 제도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전면 시행, 무엇이 달라지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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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맹은 이제 ‘주둔’이 아니라 ‘노드(node)’⁵의 문제다. AI 시대에 자제 전략이 확산될수록, 동맹의 가치는 병력 규모나 방위비 분담이 아니라 반도체·데이터·에너지·컴퓨팅 같은 핵심 투입 요소에서 얼마나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로 결정될 것이다. 미국이 한국·일본·UAE 등과 반도체·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동맹의 가치가 군사에서 기술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온쇼어링 흐름과 일본-대만과의 협력 강화 속에서 한국의 기술적 우위는 계속 증명되어야 한다.
☑️ 어떤 대전략을 선택하든 결국 ‘누가 AI의 규칙을 만드는가’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자원 동원과 군사력만으로는 AI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없고, AI 표준과 거버넌스 규칙을 누가 설계하느냐가 더 근본적인 문제다. 한국은 2026년 1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공지능기본법⁶을 전면 시행하는 국가가 되었다. EU보다도 앞선 행보다. 공급망의 노드가 되는 것과 규칙 설정 논의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 표준과 거버넌스 규칙은 시장 접근과 투자 흐름을 결정한다. 인공지능기본법의 선제 시행을 단순한 규제 도입이 아니라,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규칙 형성에 참여하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 AI는 군대가 싸우는 방식, 경제가 부를 창출하는 방식, 국가가 정보를 모으고 처리하는 방식, 국가가 교섭하는 외교 방식 모두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대에 한국은 기술 네트워크의 허브가 아니라 우회 또는 대체 가능한 거점 중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 글로벌 인재·자본·데이터 접근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떤 전략도 작동하지 않는다. AI 시대의 자제 전략은 고립이 아니라 ‘관리된 개방’을 전제로 한다.
21세기 최첨단 기술이 19세기적 ‘자제’를 소환하는 역설 속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자신의 위치를 재설계해야 할지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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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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