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ER,“We Won’t Be Missed: Work and Growth in the AGI World” 역사적으로 인류의 경제 성장은 노동과 자본, 토지의 조합 위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인공일반지능(AGI)이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그 균형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이제 생산의 주축은 인간의 노동이 아니라, 인간이 구축한 컴퓨팅 인프라와 알고리즘으로 옮겨가고 있다. 예일대학교 경제학자 파스쿠알 레스트레포(Pascual Restrepo)는 최근 NBER(전미경제연구소)에 공개한 논문 『We Won’t be Missed: Work and Growth in the AGI World』(2025.10)에서 AGI 시대의 경제 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정밀한 수리경제학 모델(세부 수리경제 모델 글 말미의 별도 박스 참고)로 제시한다. 그의 결론은 냉정하다. 인간이 일을 멈춰도 경제는 계속 성장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인간)는 그리워지지 않을 것(We won’t be missed)”이라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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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에서 컴퓨팅으로, 성장 동력의 근본적 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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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레포 교수는 AGI를 “현재 인간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작업을 컴퓨팅 자원(computational resources)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는 상태”로 정의한다. 즉, AGI는 단순히 특정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생산 활동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알고리즘과 계산 능력이 결합된 기술적 전환점을 의미한다. 그는 경제의 성장 동력이 인구 증가나 노동 투입이 아니라, 컴퓨팅 자원의 확장 속도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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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근본적 전환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생산성 향상이 노동력 확충에서 비롯되었다면, AGI 시대의 성장은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더 큰 연산 능력을 확보하는 데서 발생한다. 인구가 줄어도 계산 능력이 확장되면 성장은 계속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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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중심이 이렇게 이동하면 임금 결정 방식 또한 달라진다. 인간의 생산성이 아니라, 동일한 작업을 인공지능으로 수행하는 데 드는 복제비용(replication cost)이 새로운 잣대가 된다. 특정 직업(노동)이 높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작업”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 결과, 소득의 대부분은 노동이 아닌 컴퓨팅 자원을 소유한 자본에게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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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레포 교수는 경제 활동을 구성하는 수많은 작업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병목 작업(bottleneck work)’은 다른 요소들이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함께 움직여야 하는 ‘핵심 연결축’이다. 하나라도 멈추면 전체 경제 활동이 멈추는 상호의존적 구조를 가진다. 반면 ‘보충 작업(supplementary work)’은 경제의 기반이 아닌 ‘보완적 층위’에 속한다. 없어도 시스템이 돌아가지만, 있을 때 삶의 질과 다양성을 높이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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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분은 자동화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먼저 병목 작업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컴퓨팅 자원이 충분해질수록 사회는 가장 중요한 연결축부터 AI에 맡기게 된다. 에너지 생산, 인프라 유지, 과학 연구와 같은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반대로 공연 예술, 디자인, 상담 서비스와 같은 보충 작업은 성장의 필수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간에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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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영역의 임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간의 노동이 여전히 필요하더라도, 그 가치는 결국 “AI로 대체할 때의 비용”이 설정하는 상한을 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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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레포의 분석에 따르면 충분한 컴퓨팅 자원을 갖춘 AGI 경제는 다섯 가지 특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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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컴퓨팅 능력이 성장의 원천
첫째, 성장의 원천이 인구가 아니라 컴퓨팅 자원이다. 인구 감소는 성장 둔화를 의미하지 않으며, 계산 능력의 확장이 곧 성장률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즉, 경제의 규모는 인구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연산이 가능한가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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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임금 결정 요인의 전환 둘째, 임금은 인간의 생산성이 아니라 동일 작업을 AI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복제비용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이 사람 대신 AI를 쓰려면 얼마가 드는가’가 임금의 상한이 된다는 뜻으로, 인간의 기술과 경험이 더 이상 임금 결정의 절대 기준이 되지 않는다. 예컨대 특정 인간이 아무리 정교한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더라도, 그 가치는 AI로 복제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는 상한선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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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인간 노동은 보충 영역으로 셋째, 병목 작업이 모두 자동화되면 경제는 병목 없는 상태로 진입하며, 인간 노동의 역할은 점차 보충 영역으로 축소된다.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창의·돌봄·예술 등의 영역이 인간의 주요 활동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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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노동소득분배율 0으로 수렴 노동소득분배율이 0으로 수렴한다. 즉, 경제 전체 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라지고, 대부분의 부는 컴퓨팅 인프라를 소유한 자본이 갖게 된다. 소득의 원천이 노동이 아니라 컴퓨팅 자원의 소유권이 되는 것이다. 참고로 2024년 기준 한국의 피용자보수비율(임금근로자 대상)은 67.9%였다.² 레스트레포 교수가 말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지만, 임금근로자만 놓고 보더라도 현재 약 68%의 몫이 AGI 시대에는 꾸준히 낮아져 결국 0에 가까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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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노동의 사회적 의미 퇴색 인간의 일은 남지만 사회적 의미가 바뀐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노동이 사회적 인정과 자아실현의 수단이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AGI 경제에서는 그런 기능이 점점 약화된다. 노동의 가치가 희미해진 세상에서 노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인간과 노동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평균 임금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역설이다. AGI가 저부가가치 작업을 모두 대체하면 인간은 상대적으로 고비용 작업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상승은 분배의 불평등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경제의 규모는 커지지만, 늘어난 부의 대부분은 컴퓨팅 인프라를 보유한 소수에게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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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전환 시나리오: 점진적 적응 vs 급격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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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레포 교수는 AGI로의 이행 과정을 두 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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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계산능력 제약 전환(compute-binding transition)’이다. 알고리즘은 존재하지만 모든 작업을 자동화할 만큼 충분한 계산 자원이 없는 상태다. 이 경우 자동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노동자들은 새로운 업무로 이동할 시간을 가진다. 다른 하나는 ‘알고리즘 제약 전환(algorithm-binding transition)’이다. 계산 자원은 충분하지만, 특정 작업을 수행할 알고리즘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어떤 알고리즘이 등장하는 순간, 해당 분야의 임금은 급격히 하락하고 일자리는 사라진다. 이 시나리오에서 노동시장은 불연속적이고 급격하게 움직인다. 어느 날 갑자기 한 직업군 전체가 무너질 수 있으며, 불평등이 빠르게 확대된다. 한국처럼 기술 수용 속도가 빠른 사회에서는 후자의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갈 선제적 정책과 제도가 필수적이라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상기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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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자원 소유자가 소득 독점 기본소득 등 근본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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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소득비중이 0에 가까워진다는 예측은 단순한 통계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구조 자체가 재편된다는 의미다. 레스트레포 교수는 계산 자원을 토지나 자본과 같은 새로운 생산요소로 간주한다. AGI 경제에서 성장은 계산 능력의 축적 속도에 의해 결정되며, 이를 소유한 주체가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GPU, 반도체,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를 누가 보유하느냐가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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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Income)과 계산 자원의 공공화를 잠정적 해법으로 제시한다. 계산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세금으로 환수해 사회 전체에 재분배하거나, 계산 자원을 공공재로 간주해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는 복지 정책이라기보다 새로운 경제 질서를 위한 제도적 설계에 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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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레포의 수리적 모델 레스트레포는 과업 기반 자동화(task-based automation) 모형과 반(半)내생 성장(semi-endogenous growth) 모형을 결합하여, AGI 도입이 성장·임금·분배의 기초 질서를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수식으로 제시했다. 과업 기반 자동화 모형은 생산 활동을 여러 개별 작업(task)의 조합으로 파악하고, 기술 변화가 각 작업의 수행 주체(인간 또는 AI)를 어떻게 대체하는지, 그리고 자동화가 임금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이론적 틀이다. 이 모형은 개별 작업의 임금이 인간의 생산성이 아니라, 그 작업을 AI로 수행할 때의 복제비용(replication cost)에 의해 상한이 결정된다는 메커니즘을 제시한다.
반내생 성장 모형은 기술 진보의 속도가 인구 규모와 연구 투입에 의해 제약된다는 성장 이론으로, 기존 경제에서 장기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레스트레포는 이 두 모형을 결합하여, AGI가 연구 활동 자체를 자동화하는 환경에서는 기술 축적의 제약이 완화되고 성장의 원천이 인구나 노동이 아니라 계산 자원의 확장 속도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적 전환이 발생함을 수리적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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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스트레포 교수의 연구는 인공일반지능이 경제의 근본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를 수리적으로 보여준다. 성장의 동력이 인구에서 컴퓨팅 자원으로 이동하고, 임금이 인간의 생산성이 아니라 계산 비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분석은 단순한 경제 현상의 예측을 넘어 사회 질서의 전환을 암시한다. 이 연구가 제시한 경제적 필연은 실제 사회에서 세 가지 구조적 갈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 ① AGI 전환이 초래할 세 가지 구조적 갈등 • 속도의 갈등: 기술 변화와 제도 적응의 불균형 레스트레포가 경고한 ‘알고리즘 제약 전환’(AI 기술의 돌파구가 등장할 때마다 특정 직종이 급격히 타격받는 현상)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기술 변화 속도와 제도 적응 속도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시급하며, 경제 성장을 위한 생산 주체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관계적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으로의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
• 주체성의 갈등: 경제력 집중과 민주적 의사결정의 불균형 노동소득분배율이 0에 수렴한다는 가정은 컴퓨팅 자원 소유자에게 경제력이 집중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경제적 효율성 중심의 의사결정에서 인간 중심의 가치 판단으로 균형을 되찾는 제도적 조정이 요구된다.
• 가치의 갈등: 노동 중심 정체성의 해체 “우리는 그리워지지 않을 것이다(We won't be missed)”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일이 제공하던 사회적 인정의 기반이 약화되면 계층 간 현실 인식의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노동 현장에서 인간의 필요는 줄어들겠지만, 인간의 가치를 노동력 중심이 아닌 관계와 의미 중심으로 재정의할 때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 ② 한국 사회가 직면할 특수한 과제 • 알고리즘 의존 경제의 취약성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데이터 인프라를 보유했지만, AGI 알고리즘 개발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체제 전환의 충격을 가장 압축적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정 전문직이나 고학력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갑작스러운 자동화가 발생할 경우 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직업군별 조기경보 체계와 재교육 시스템, 과도기적 소득 보전 장치가 필요하다.
• 계산 인프라 주권의 전략적 확보 계산 자원이 토지처럼 전략자산이 되는 시대에, 이를 민간 플랫폼이나 외국 기업이 독점하게 되면 경제 주권이 약화된다. 국가 차원에서 공공 계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산업·연구·공공 서비스가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 일의 의미 재정의와 가치체계 전환 한국은 직업을 통한 인정욕구가 강한 문화권이다. 만약 일의 경제적 가치가 급격히 낮아진다면, 정체성의 위기가 뒤따를 수 있다. 생산성 중심의 평가를 넘어, 관계와 돌봄, 창의적 활동 등 사회적 의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가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 ③ 역사적 유추: 카메라와 회화의 교훈 카메라 발명은 한때 회화의 종말로 여겨졌지만, 결과적으로 회화를 재현 강박에서 해방시키며 감정과 시선, 색채의 자유 시대를 열었다. AGI의 등장은 노동에 대해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기계가 대부분의 생산을 담당하게 될 때, 인간은 ‘생산의 의무’에서 벗어나 창조와 관계, 돌봄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AGI 전환은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과정이며, 기술이 아닌 인간이 주도하는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AI가 경제의 엔진을 인간에서 컴퓨터로 옮겨놓은 지금, 우리는 어떤 사회적 계약을 새롭게 맺어야 할까. 기술이 만들어내는 효율의 세계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의미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상상력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성장은 계속되지만 노동의 몫이 사라지는 시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부와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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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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