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 Wang, Breakneck: China’s Quest to Engineer the Future 지금 미국에선 지난 8월 중국계 캐나다인 ‘댄 왕’이 쓴 책 ‘돌진(Breakneck): 미래를 건설하려는 중국의 탐색’이 화제다. 미국과 중국 사회의 어떤 본질적 차이를 건드렸다고 보는 것 같다. 책은 중국을 ‘엔지니어들의 국가이면서 레닌주의 국가’로, 미국을 ‘법률가와 변호사들이 주도하는 장벽의 나라’라고 규정한다. 양 극단에 해당하며 서로의 거울이라고 한다. 앞으로 두 나라가 어떤 거버넌스, 어떤 정치 시스템을 만드느냐가 경쟁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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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왕은 중국 경제 분석가다. 어려서 캐나다로 이민갔지만 미국에서 6년, 중국에서 6년의 커리어를 쌓았다. 중국 경제 분석업체인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에서 일하면서 2017년부터 6년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체류했고 지금은 스탠포드 후버연구소에서 리서치 펠로우로 중국 경제를 분석하고 있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그룹’에서도 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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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중 체제의 작동 방식 차이를 분석한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전통적 관점과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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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중국은 기술과 공학 중심의 건설(Construction)사회다. 반면 미국은 변호사와 법으로 세상을 규율하는 장벽(Obstacle)의 사회다. 주로 중국의 강점과 한계를 거울삼아 미국의 결핍을 비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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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단가를 낮춘 대량 생산으로 산업 전반에서 경쟁력을 넓혀가고 있다. 반도체와 항공 분야는 과학적 복잡성 탓에 여전히 약점으로 남아있으나, 공급망 구축을 통해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의 제조 역량은 위기 상황에서 생산라인을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에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기업들은 정부와 함께 마스크·식료품 등 필수 물자 생산으로 즉각 전환하며 공급망 붕괴를 최소화했다. 이는 잉여 생산능력을 전략 자산으로 유지해 온 덕분이었다. 잉여생산을 포함한 생산능력 분배는 물론 계획경제 국가 시스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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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경제가 금융화·서비스화 함으로써 제조 기반은 물론 프로세스 지식을 상당 부분 잃었다. 오랜 오프쇼어링으로 기술과 노하우가 중국으로 이전되면서, 미국 내 엔지니어링 학습 공동체와 기술 생태계의 순환에도 문제가 생겼다. 또한 기업들의 신조는 ‘재고는 악(inventory is evil)’이었다. 위기 시에 대응할 잉여나 예비 생산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구조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필수 물자 생산에 큰 어려움으로 드러났다. 저자는 중국의 제조 역량이 위기 상황에서 생산을 신속히 확장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이며, 이는 미국이 갖지 못한 전략적 우위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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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제 구조는 중국에는 과속을, 미국에는 교착을 낳았다고 저자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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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엘리트 계층은 주로 건설에 능통한 엔지니어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엔지니어링 논리’로 해석한다. 중국은 현금 보조나 복지와 같은 전통적 재분배 방식보다, 도로·철도·교량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해 물리적 개선을 중심으로 한 발전 모델을 추구한다. 그는 제도와 정책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인적·조직적·생산적 클러스터의 축적된 능력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본다. 이처럼 중국은 매뉴얼로 기록될 수 없는 체화된 숙련도인 프로세스 지식(Process Knowledge)을 중요시한다. 인프라가 제공하는 물리적 체감은 국민에게 삶의 질 향상과 발전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며, 이는 곧 체제 정당성 강화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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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규모와 빠른 속도로 이뤄낸 구이저우성의 고속도로와 교량은 중국의 물리적 인프라의 상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은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초고비용 프로젝트로 평가되며, 구이저우성이 중국 내에서도 부채 비율이 높은 지방 중 하나가 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정치적 인센티브 구조 속에서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한 결과로, 심각한 사회·재정·환경적 비용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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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모지스(Robert Moses)는 “뉴욕의 마스터 빌더”로 불리며 거대한 다리, 고속도로, 광대한 공원, 그리고 랜드마크 등을 전례 없는 속도로 건설을 추진한 도시 계획가이다. 그의 사업은 미국의 물리적 역동성을 상징하는 엔지니어링 유산으로 남았고, 오늘날 뉴욕이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그의 건설 프로젝트는 노동 계급의 파괴와 자동차 의존도 강화, 도시 구조에 인종적 장벽을 심었다는 이면이 존재한다. 그 결과, 모지스는 ‘영웅이자 악당’이라는 양면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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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거대한 공공사업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여 효율성 추구와 물리적 개선이라는 강점을 보였지만, 무리한 투자로 인한 적자 문제를 발생시켰다. 그럼에도 중국은 건설을 멈추지 않거나 멈추지 못한다. 중국의 기술력은 지식을 보존하고 육성하는 엔지니어링 실무 공동체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21세기 하이테크 공급망에서 중국을 지배적인 위치로 올려놓는 원동력이 되었다. 내수 수요를 초과한 과잉 생산 문제 역시 또 다른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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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마일 고속도로 17년간 완공하지 못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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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960년대 환경 파괴와 과도한 건설에 따른 성장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규제와 소송이라는 절차적 정당성에 붙잡히는 병폐에 빠졌다. 미 상원의원 중 절반 이상이 로스쿨 출신이라는 점이 단적이다. 그 결과, 공공재를 적시에 제공하지 못하고 각종 소송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거부권 체제’에 빠지게 되었다. 일례로 약 800마일 길이의 캘리포니아 고속철도는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공되지 못했다.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노선과 비슷한 길이지만, 중국은 2011년 80%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완공하여 10여 년간 운행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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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로버트 모지스의 사례를 양국이 반대 방향으로 질주하는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모지스로부터 잘못된 교훈을 배웠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국의 과잉이 미국의 교착 상태를 비춘다고 강조하며 극단의 거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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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는 글로벌 공급망 및 기술 생태계에서 대립하면서도 서로가 없이는 작동 불가한 역설적 구조로 설명된다. 2007년 애플은 아이폰 대량 생산 기지로 중국 선전의 폭스콘 캠퍼스를 선택했다. 폭스콘 제조 캠퍼스가 있는 이곳은 도시 규모의 크기로, 하루 세 번 8시간 3교대 24시간 가동, 필요한 부품 대부분을 근거리에서 구할 수 있다는 효율성, 폭스콘 대학 설립으로 공학 관련 전공 교육이 제공되는 점 등 체계적인 관리와 생산 방식을 갖추고 있다. 애플이 중국인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중국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동시에 프로세스 지식이라는 자산을 축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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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을 되찾고자 하는 미국은 관세 부과와 보조금 지원 정책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거대한 생산 허브이자 막대한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 완전히 벗어나길 주저하고 있다. 이는 관세와 보조금만으로는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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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설득할 언어가 필요한 중국 공학정신을 회복해야 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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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40년간 제조 능력, 견고한 물리적 인프라, 강력한 방위 산업 기반, 풍부한 주택 공급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자국민을 신뢰하지 못하고, 세계를 설득하는 언어를 갖추지 못한 지도부는 공산당 체제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다. 또한 창의적 에너지를 지닌 인재들이 거대한 공공사업만큼이나 국가의 명예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중국이 배워야 할 점은 미국의 다원주의와 개인의 권리를 포용하는 능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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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역시 과거 세대가 경험했던 물리적 역동성(physical dynamism)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주택 건설과 인프라 확충을 통해, 한때 미국을 움직였던 공학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2023년 공산당은 “중국은 영원히 개발하는 국가(developing country)일 것”이라고 했다. 역설적으로, 이는 제조업 정체에 직면한 미국이 되새겨야 할 ‘건설하는 정신(ethos of building)’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중국식 개발 모델을 모방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스페인, 독일, 일본처럼 절차적 검토(환경·사회적 영향 평가 등)와 실행력 있는 추진력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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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이 “중국이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을 훔치고 있다”라는 게으른 이론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기술 발전 과정이 단순한 모방이 아닌 체제 정당성과 인민 만족감을 모두 충족시키는 성장임을 설명하며, 미국이 중국을 기술 발전 연구에서 동등한 수준의 상대로 바라봐야 미국의 새로운 성공 전략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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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과 중국이 자기 혁신 정신을 가지고는 있으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무너져 왔다고 본다. 경쟁에서 궁극적 승리는 큰 공장과 높은 굴뚝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국민을 위해 잘 기능하는 나라가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따라서 ‘상호 호기심(Mutual Curiosity)’이라는 이중 시야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21세기 양국 관계의 질서를 이해하고 긴장 고조를 완화하여 더 나은 미래 거버넌스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열쇠라고 본다. 즉, 중국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곧 미국을 파악하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댄 왕이 이 책을 쓴 이유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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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an Wang. (2025). Breakneck: China’s Quest to Engineer the Future. W.W. Norton & Compan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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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성을 다시 설계하라: 『Breakneck』이 던지는 질문 - 서로를 거울삼아, 어떤 권력 구조를 설계해야 하는가?
☑️ 중국 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간 결과로 정당성을 증명해왔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를 실제로 제공하는 능력,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만드는 속도, 인프라의 물리적 개선이 곧 체제의 정당성이었다. 반면 미국은 절차로 정당성을 확보해왔다. 빠른 산업화가 남긴 상처에 대한 반성으로, 법과 제도를 통해 권력의 남용을 제어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당성이 되었다. 그래서 법률가들이 주도하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오늘, 두 나라 모두 정당성의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은 빠른 성장 과정에서의 강제성 때문에 대외적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 막대한 경제 규모로 그것을 대체해왔으나 메시지가 점점 퇴색할 것이다. 나아가 대응하기 위한 조치들이 확보한 정당성마저 훼손할 수 있다.
☑️ 댄 왕이 지적하듯, 중국과 미국은 작동방식은 다르되 욕망은 닮았다. 물질주의적 성향, 거대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적 경외감, 성공에 대한 숭배, 엘리트-대중의 긴장 관계, '우리가 예외적 강대국'이라는 민족적 자부심까지. 두 나라는 서로를 비난하지만, 사실 서로의 극단을 비추는 거울이다. 둘 다 breakneck, 목이 부러질 듯한 위험을 마주하고 있다. 저자는 엔지니어의 건설 능력과 변호사의 절차적 정의, 속도와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모색할 것을 주문한다. 국가 운영 작동 방식에 집중한 답이라 할 수 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이 남아 있다. 인류와 미래가 요구하는 정당성은 무엇인가? 미래 국가 운영과 세계질서의 정당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 21세기 국가 정당성은 더 이상 속도냐 절차냐 하는 단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 무엇이 정당하냐는 질문은 곧 설계에 관한 질문이다. 더 옳게, 동시에 더 빠르게! 이것이 『Breakneck』이 우리에게 던지는 숙제다. 이는 미·중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이것이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여러분에게 ‘잘 작동하는 나라,’ ‘정당한 나라’란 어떤 의미인가요? 속도를 우선하는 나라, 절차를 존중하는 나라, 아니면 전혀 다른 기준을 가진 나라? 여러분들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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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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