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okings, "Chinese perspectives on strategic stability" 중국 칭화대 리빈(Li Bin) 교수가 지난 7월 브루킹스에 기고한 글은 미국의 ‘골든돔(Golden Dome)’ 계획에 대한 중국 측의 시각을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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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돔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발표한 미 본토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미국으로 날아오는 모든 탄도,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모든 단계에서 탐지하고 요격하는 시스템 구축 계획이다.² 트럼프 행정부는 10년간 1,51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이미 첫 사업을 위한 조달 공고를 내기 시작했다.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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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빈에 따르면, 골든돔은 “미국이 자국의 전략 미사일 방어 체제가 동급 혹은 준동급 경쟁자를 겨냥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기존 미국 정책과의 중대한 단절을 의미한다. 이는 경쟁국의 핵보복 능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세계 핵 질서의 근간인 ‘상호 억제 균형’을 흔드는 행위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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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미국 내부에 모순된 태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미국이 골든돔을 통해 전략적 안정성 원칙을 사실상 방기하면서도 동시에 중국과 전략적 안정성 문제를 논의하길 원한다”는 점이 중국 학자들에게는 분명한 모순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미국의 정책적 일관성에 대한 중국의 근본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리빈 교수의 지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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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중요한 대목은 중국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전략적 안정성’ 개념의 재정의다. 골든돔은 공포의 균형에 기반한 기존의 ‘상호확증파괴’ 틀에서 벗어나 ‘비대칭적 전략적 안정성’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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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중국의 이러한 재해석을 분석하는 것은, 핵탄두 수량 중심의 전통적 접근을 넘어 미사일 방어 제한과 새로운 형태의 군비통제를 연계한 협상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전략적 안정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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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빈 교수는 골든돔이 중국의 “제한적 핵 보복 능력(limited nuclear retaliation capability)”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이 대규모 선제공격을 감행할 경우 중국의 핵무기 대부분이 파괴될 수 있으며, 살아남은 소수의 핵무기에 대해서도 미국은 소규모 요격체만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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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그는 중국의 핵전략 변화를 역사적으로 짚는다. 1950년대부터 중국은 “제한적 핵보복 능력을 통한 외부 핵공격 억제” 전략을 추구해왔으며, 1980년대 장거리 핵전력을 확보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양적 모호성(quantitative ambiguity)” 전략에 의존했다. 그러나 미국의 탐지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이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자, 중국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지상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통해 핵전력의 생존성을 강화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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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빈 교수의 분석에서 드러나는 중국의 요구는 명확하다. 미국이 중국의 핵보복 능력을 “피할 수 없는 현실(fact of life)”로 인정하고, 손상제한(damage limitation) 능력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곧 중국과 미국이 ‘비대칭적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미국 내부에서는 중국의 핵보복 능력을 인정할 경우, 오히려 재래식 공격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안정성-불안정성 역설(stability–instability paradox)”을 이유로 상호 취약성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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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억지력의 신뢰성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중국은 핵전력 현대화와 다양한 대응 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를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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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 학계에서 전략적 안정성을 둘러싼 논의는 크게 두 가지 학파로 나뉜다. 퉁지대학교(Tongji University)의 먼훙화(Men Honghua) 교수가 대표하는 포괄적 접근법(Holistic Approach)은 정치·경제·기술을 포함한 종합적 안정성을 강조하는 반면, 리빈 교수를 비롯한 환원주의적 접근법(Reductionist Approach)은 핵공격 유인 최소화에 초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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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두 학파 모두 최근 들어 전략적 안정성의 범위를 핵무기 영역을 넘어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학자들은 미국의 위성 요격체 배치를 1980년대 전략방위구상(SDI)의 부활에 비유하며, 이를 단순한 우주 경쟁이 아니라 핵 지휘·통제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직접적 위협으로 본다. 사이버 영역에서도 핵 지휘통제 체계에 대한 침투가 잘못된 경보와 오발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며, 이는 모든 핵보유국이 공유하는 공통의 위험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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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에 대한 중국의 입장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위기 상황에서 자동화된 시스템이 인간의 개입 없이 핵 사용을 결정할 경우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따라서 “인간 개입(human-in-the-loop)” 원칙을 강조하며, 핵 사용 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인간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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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으로 보았을 때, 중국은 단순히 방어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안보 규범의 제정에 적극적인 참여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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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빈 교수는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미·중 간 전략적 안정성 협력이 구조적으로 한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시각에 따르면, 미국 내 전문가들은 전략적 안정성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실제로 무기 개발을 결정하는 정책 결정자들은 이러한 원칙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1990년대 Lab-to-Lab 프로그램의 중단▲부시 행정부의 전략적 안정성 의제 배제 ▲2018년 중국 군부 제재로 인한 대화 기반 붕괴 등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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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지적은 중국이 앞으로 양자 대화보다는 다자적 플랫폼을 활용해 전략적 안정성 논의를 전개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리빈이 강조한 신흥기술 분야의 “국제 대화 적극 지원”은 중국이 미국과의 직접 협의에서 얻지 못하는 성과를 다자 무대를 통해 달성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자국이 제시하는 규범과 원칙이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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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빈 교수의 논지를 종합해보면, 골든돔 발표 이후 중국의 대응이 단순한 방어적 적응을 넘어서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핵 억지력 확보라는 전통적 과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전략적 안정성 개념을 우주·사이버·AI 영역까지 확장하며 새로운 안보 규범 논의에서 주도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미·중 양자 대화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다자 플랫폼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한다는 점은, 중국이 기존 질서에 단순히 적응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 이러한 구상은 시진핑 정부가 강조하는 “책임 있는 대국” 담론과도 연결된다. 시 주석은 9월 3일 전승절 연설에서 “인류는 다시 평화냐 전쟁이냐, 대화냐 대항이냐, 윈윈이냐 제로섬이냐의 선택 앞에 서 있다”며, “중국은 역사의 옳은 편과 인류 문명의 진보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대응을 넘어 중국이 스스로를 “평화 주도국”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전략적 메시징이다.
☑️ 이와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대표적 글로벌화 연구 싱크탱크인 CCG 회장 왕휘요우(Wang Huiyao)는 최근 기고문에서 중국이 단순한 참여자를 넘어 분쟁 중재자이자 회담 주최국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한 “베이징 7자 회담”(P5·EU·우크라이나 참여)을 제안했다.⁴ 이는 전략적 안정성 담론이 전통적 군비통제 영역을 넘어 분쟁 해결과 평화 아키텍처 구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 이러한 흐름은 한반도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는 미사일 방어와 핵 억지 논쟁이 교차하는 전략적 공간이다. 한국의 과제는 핵 위기 관리 차원을 넘어, 동북아와 글로벌 차원에서 새로운 안보 질서를 설계하는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 대화는 여러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왔습니다. 현재 중국은 양자 협의보다는 다자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규범 제정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중이 전략적 안정성 규범을 새롭게 모색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다자 무대에서 전략적 안정성 규범 설계에 기여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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