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Digital Decade 2025 Country Reports: The Netherlands 디지털 및 AI 전환은 더 이상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공공서비스, 행정 효율,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까지 포함하는 ‘국가 운영 방식’ 전반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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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높은 기술 인프라와 인공지능 개발 역량을 갖췄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기술력이 시민들의 삶에 미칠 위험성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책 통합성 부재, 정권 교체에 따라 변동되는 정책 지속성 이 두 가지 구조적 문제가 대응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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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디지털정책총국(DG CONNECT)’은 “State of the Digital Decade 2025 Report”를 발간했다.² 이 보고서는 EU 27개국의 디지털 전환 현황을 진단하며 ▲공공서비스의 디지털화 ▲관련 산업 발전 ▲사이버보안 ▲디지털 권리 보장 ▲ICT 인재 양성 등 다양한 정책 영역에서의 국가 전략과 실행 성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EU Digital Decade 2030’ 전략의 중간 이행 점검 성격을 가지며, 각 회원국의 디지털 전환 실태와 거버넌스 체계를 국가별로 비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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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한국과 정치·행정·산업 구조에서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 집행위 보고서 중 ‘Digital Decade Country Reports – The Netherlands’를 바탕으로, 네덜란드 사례를 통해 중앙정부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역기능을 어떻게 제도화해 관리하는지, 그리고 지방정부가 지역 AI 생태계를 어떻게 주도하는지를 살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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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Digital Decade 2030’ 전략에 따라, 네덜란드는 59개의 정책 조치와 4대 목표를 재설정해 유럽연합에 제출했다. 전체 디지털 예산 약 52억 5천만 유로 중 대부분이 공공서비스에 배정되었으며, 주요 과제는 ▲공공서비스의 디지털화 ▲사이버보안 ▲ICT 전문 인력 양성 ▲친환경 디지털 전환이다. 이 중에서도 ‘안전하고 사람 중심적인 디지털 환경 조성’이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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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디지털 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과 협력 구조다. 중앙정부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략을 설계하고, 지방정부는 이를 현지 기업과 함께 실험적으로 적용한다. 동시에 지방정부는 시민 생활과 밀접한 디지털 이슈를 정책 의제로 끌어올리며 실질적인 협력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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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의 국가 디지털화 전략은 정부 디지털 서비스와 인프라의 복원력·자율성 강화를 기조로 삼는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효과적인 활용을 중점 과제로 삼아, 시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EU 평균을 상회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예를 들어, 공공커뮤니케이션국(Service Public Communication)을 중심으로 ‘overheid.nl’과 같은 정부 종합 포털 시스템을 개선해, 정보 검색과 편집에 대한 사용자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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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네덜란드는 디지털 환경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청소년과 여성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허위 정보 대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발표된 ‘허위 정보 효과적 대응 전략’의 발전 계획에는 소셜미디어 유해 콘텐츠 신고 시스템 구축, 분쟁 해결 기관 설립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벨기에와 함께 운영하는 유럽 ‘디지털 미디어 관측소(Digital Media and Disinformation Observatory)’ 산하의 팩트체크 프로젝트 예산을 확대해 허위 정보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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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보호는 네덜란드 디지털 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2024년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들이 구체화되었다. 이는 전체 국민의 93%가 소셜미디어가 아동의 정신 건강과 사이버폭력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사회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 주요 조치로는 ▲아동이 접하는 온라인 콘텐츠 및 게임에 대한 영향 평가 도구 ▲정보 제공 툴킷 개발 ▲개발자와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가이드라인 제공 등이 있다. 입법과 행정 수단이 함께 작동하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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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지방정부와 지역 기반 기관들은 디지털 전환 정책의 실험과 피드백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각 지역은 산업 특성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맞춤형 디지털 정책을 설계하고, 공공-민간 협업과 시민 참여 기반의 실험을 통해 기술 혁신이 지역 산업 생태계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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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분야의 혁신은 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민관 파트너십을 통해 추진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부·산업계·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비영리기관 ‘네덜란드 AI 연합’으로, AI 분야에 관여하는 500개 이상의 기업과 단체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AI 허브 암스테르담과 브레인포트를 비롯한 지역 거점들은 헬스케어, 제조, 모빌리티 등 분야별 특화 연구와 AX 개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25년에는 ‘AI Coalition 4 Netherlands’로 재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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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와 지자체도 AI를 활용한 거버넌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시는 주민 참여를 통해 자체 AI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도시 행정에 반영하며, 기술 도입이 사회적 가치와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 수자원관리위원회 연합의 AI 윤리 가이드와 주정부협의회의 디지털 윤리 가이드는 이러한 지역 차원의 디지털 거버넌스의 일환이다. 2024년에 종료된 성인 대상 기초 디지털 역량 교육 프로그램 ‘Count on Skills’ 역시 지역 기반 지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해 교육과 자금 지원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성과를 인정받아 계속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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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네덜란드 AI 생태계가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고, 다른 국가에 비해 투자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정 지역의 민관 파트너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중소기업이 AI 혁신을 위한 자금에 접근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7개 지역 허브로 분산된 이니셔티브 간의 협력 부족은 국가 전략과의 연계를 약화시키고, 공공 및 민간 자원의 분배 효율성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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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AI 분야 ‘국가연합’ 구축 흐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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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네덜란드도 올해 들어 ‘중요한 조정’에 들어갔다. 글로벌 공급망 동요, 미-중 갈등 확대, 미국의 중상주의적 관세전쟁 등 새로운 경쟁 환경 속에서 ‘기술 안보’를 한층 강화해 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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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는 “네덜란드가 새로운 디지털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며 “공공분야를 강화하는 동시에 외부 클라우드 제공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디지털 주권을 증진하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외부 업체’란 미국의 빅테크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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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국가 연합’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반도체 생태계 내 주요 기업과 정부 부처를 망라한 ‘반도체 위원회’를 설립했다. 두 달 뒤인 3월에는 8개 EU 국가와 ‘반도체 연합’을 구축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EU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 흐름 속에서 네덜란드 내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을 위해 인프라 확충과 인력양성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ASML과 칩 체조업체 NXP가 2억 유로를 기부하는 등의 내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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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디지털 혁신 선두 주자다. EU 집행위 표현에 따르면 “연구 개발 및 혁신(R&D&I) 선구자이며 글로벌 반도체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왔고 양자기술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동시에 인간 중심의 디지털 전환에도 많은 재원과 인력을 투입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환경과 공급망이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큰 전환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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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는 규제를 기술 발전의 장애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초기 단계부터 사회적 가치를 기술 설계에 통합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반면 한국은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제도적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규제와 혁신을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사람 중심 기술 제도를 이루는 상호 보완적 요소로 이해해야 한다.
☑️ 네덜란드의 AI 정책은 지역 분산적 접근이어서 중복 투자나 효율성 저하와 같은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조는 기술 정책이 현장 기반의 제도 실험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네덜란드도 세계적인 ‘국가연합’ 흐름에 몸을 싣고 있으나 지역 주도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 한국은 지방정부가 주도하거나 실험적으로 설계한 AI 정책이 거의 전무하다. 기술의 사회적 제도화를 서울이나 중앙부처에 집중시키는 기존 방식으로는 다양한 맥락에서의 정책 실험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을 단순히 기술의 유치장소가 아닌 출발점으로 전환하려는 정책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 기술 확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집단, 특히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네덜란드는 디지털 전환이 정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단순히 기술적 제어나 사후 규제에만 맡기지 않는다. 반면 한국의 허위 정보 대응은 콘텐츠 단속과 알고리즘 제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시민이 정책 과정에서 능동적 주체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는 미비하다. 시민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화를 통해, 정책 형성 과정이 기술 공급자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 허위 정보에 대한 벨기에-네덜란드의 공동 대응 사례는 한국에도 참고가 된다. 한국이 유럽 국가들처럼 민주주의 기반의 정보 질서 수립을 위해 중견국 간 양자 협력을 구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동아시아의 정치 환경은 유럽과 다르지만, 기술 규범에 관한 공동 원칙, 사이버 안보, 허위 정보 대응을 중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간 협력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역내 디지털 거버넌스의 공백을 메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사람 중심 디지털 전환’ 모델을 한국적 맥락에 적용할 경우, 우선적으로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는 영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러분들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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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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