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The Global Impact of AI: Mind the Gap 인류사에서 기술 혁신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며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동력이었다. 인공지능(AI)은 전 영역에서 생산성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다. 전기나 인터넷이 인류에 미친 영향에 비견되거나 그 이상으로도 평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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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혁명은 항상 그늘을 낳는다.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극명한 대조’라는 표현을 쓴다. 한편에선 성장이, 다른 한편에선 실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차원으로 시야를 넓히면 문제는 실업에 그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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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의 최신 보고서 『The Global Impact of AI: Mind the Gap』은 AI가 국가 간 경제 불평등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고서는 AI 기술이 가져올 혜택이 모든 국가에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으며, 기존의 경제적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담고 있다. 그동안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보고서의 대부분은 노동시장 관련이었다. 이번 IMF 보고서는 국제 격차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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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발간된 IMF 워킹 페이퍼를 바탕으로 AI 기술이 글로벌 경제의 불평등 기제로 작동하는 구조적 원인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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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격차를 만드는가? 국가별 AI 수용 능력 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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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AI로 경제적 격차가 심화되는 원인을 ‘AI 수용 능력’의 차이로 설명한다. AI 수용 능력이란, 각국이 AI 기술을 자국 경제 시스템 안에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구조적 역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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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용 능력’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AI 노출도(Exposure)’는 한 국가의 산업 및 직업 구조가 AI 기술의 영향으로 얼마나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AI는 인지적 작업에 효과적인 기술이다. 서비스업과 전문직일수록 AI 기술에 더 많이 노출된다. 선진국의 경우 AI에 노출되는 일자리가 60%에 달하는 반면 저소득국은 26%로 나타나 국가 간 AI 노출도에 큰 격차가 존재한다. 현재의 경제 구조(또는 경제발전 단계) 자체에서 이미 격차 확대가 내재돼 있다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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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AI 준비도(Preparedness)‘는 AI 기술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국가의 종합적 역량이다. IMF는 디지털 인프라, 인적자본, 기술 혁신, 규제 체계 등을 평가하는 지수를 개발했다. AI 준비도 역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저소득국에 비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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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AI 접근성(Access)‘은 반도체, 데이터센터, 기술 네트워크 등과 같은 핵심 자원의 확보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원은 미국과 중국 같은 소수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수출 제한으로 AI 접근성은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접근이 제한된 국가들은 AI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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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AI 수용 능력’의 세 가지 요인을 바탕으로 AI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전 세계를 경제발전 수준 중심 7개의 권역²으로 나누고, AI 수용 능력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를 글로벌 통합 거시경제 모델에 입력하여 파급효과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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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는 AI 기술이 국가 간 경제적 격차의 심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IMF는 AI 기술 도입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춘 선진국의 GDP는 향후 10년간 평균 4%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반면, 저소득국의 GDP는 2.7% 성장에 그쳐 경제성장률 격차가 약 1.5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은 5.4%의 높은 성장률로 저소득국과의 격차가 2배로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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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분석 결과는 AI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이 선진국에 집중되면서 기존 경제 질서에 새로운 양극화 구조가 가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AI 기술 자체가 불평등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의 기존 역량 격차가,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통해 더욱 확대되고 고착화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과거 개발도상국의 제조업 기반 추격 모델이 AI 시대에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으며, AI 생태계에 조기 진입하지 못한 국가들은 격차를 좁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글로벌 경제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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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AI 시대 국제 경제의 지형 변화에 관한 또 다른 예측으로 ‘역 발라사-사무엘슨 효과(Inverse Balassa-Samuelson effect)’를 제시한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서 ‘발라사-사무엘슨 효과’는 한 국가의 생산성 향상이 자국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설명한다. 교역재 부문(주로 제조업)에서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면, 노동 이동성으로 경제 전반의 임금이 상승하고, 생산성 향상이 더딘 비교역재 부문(서비스업)에서는 임금 상승이 비용증가로 이어져 상품 가격이 상승한다. 결국 국가 전체의 물가 수준이 높아지며 자국 통화의 실질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이는 교역재 부문의 국제경쟁력 하락을 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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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IMF는 AI 기술이 이러한 전통적 경제 현상을 반대로 작동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다. AI의 가장 큰 영향이 제조업보다 서비스 부문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AI로 의료, 교육, 금융 등 비교역 부문의 생산성이 집중적으로 향상되어 가격이 낮아진다. 이는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자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역 발라사-사무엘슨 효과는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수출 경쟁력 강화와 경상수지 개선을 가져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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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I 준비도가 높은 선진국에게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추가 이익을 선사한다. 반면 서비스 부문 생산성 향상이 미미한 저소득국은 노동집약적 상품 교역에서도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선진국의 강화된 경쟁력에 밀려 자국 시장마저 잠식당할 위험에 처한다. 이것은 일시적 격차가 아닌 거시경제 구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불균형을 의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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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격차 완화를 위한 국내외 정책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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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보고서는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외 정책적 대응을 강조한다. 보고서는 각국의 정책적 노력과 국제적 협력을 통해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요청한다. 특히 국가별 내부 정책과 국제 협력이라는 두 가지 대응을 강조한다. 개발도상국과 저소득국은 자국 상황에 맞는 AI 준비도 개선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 교육 시스템 개혁에 투자해야 한다. 선진국은 AI 기술의 윤리적·법적 프레임워크를 정교화하고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기술과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적 공조 체계 마련의 시급함을 언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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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중국 ‘DeepSeek’의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술 혁신으로 고성능 AI를 개발한 사례와, 케냐의 ‘M-Pesa’가 이룬 모바일 금융 혁명을 소개하며, 후발주자들에게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IMF는 이 분석이 확정된 미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기술 혁신의 혜택이 전 세계에 고르게 공유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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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IMF는 전 세계를 7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선진국(AEs), 신흥시장국(EMs), 저소득국(LICs), 중국으로 분류함. 선진국에는 미국, EU 및 스위스, 기타 선진국(일본, 한국, 호주, 캐나다 등), 신흥시장국에는 아시아·중앙아시아·러시아 권역과 라틴아메리카·중동·아프리카 권역, 저소득국에는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제 3의 국가들이 포함됨(IMF,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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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보고서의 결론은 국가별 AI 수용도와 준비도에 따라 경제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소 온건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 이상일 수 있다. 수혜 국가와 소외 국가로 극명화될 경우 세계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국가가 자본을 독점하고 국민이라는 저임금 노동력을 동원해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런 접근이 아예 불가능하다. IMF의 이번 보고서는 노동과 실업에 집중해 왔던 그동안의 AI 관련 보고서와 달리 격차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하지만 본 보고서에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추격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 첫걸음으로 각국의 ‘사회적 준비도’를 측정할 표준화된 지표 개발을 제안한다. 이 지표는 디지털 인프라, 인적 자본, 사회 안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인프라는 우수하지만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국가, 혹은 인적 자본은 풍부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 등 다양한 상황을 명확히 보여주는 국가별 진단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구체적인 데이터 기반 진단은 각국의 현실에 맞는 맞춤형 정책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 그러나 국가별 측정은 더 큰 틀에서 국제적 협력 체계와 결합될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가진다. 소수의 기술 선도국들이 핵심 기술과 데이터를 독점하는 기술패권이 심화되면서, UN과 같은 기존 국제기구들은 AI 기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의 실질적인 조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개별 국가의 AI 준비도 지수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국가 간 격차의 고착화를 완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에 각국의 위험도를 사전에 예측하고 기술 접근성 보장과 재정 지원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격차를 완화하는 예방적 기능을 갖춘 새로운 국제 공조 체계가 필요하다.
☑️ 이 지점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AI 준비도를 갖추었으면서도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독자적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있는 위치에 있다. 더불어 과거 압축 성장을 통해 기술 후발국의 어려움과 선도국의 책임을 모두 경험한 역사적 자산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양측의 신뢰를 얻는 토대가 된다. 이러한 특별한 입지를 바탕으로 한국은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중재자이자 규칙 형성자로 나설 수 있다. 특히 AI 기술 표준과 윤리 규범, 새로운 국제 협력 체계의 구체적 모델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실행한다면, 강대국의 선언적 수사를 넘어 실효성 있는 글로벌 표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AI가 특정 국가의 패권 도구가 아닌 인류 공동 번영의 수단이 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 한국이 맞이한 시대적 과제이자 기회다.
AI 기술 혁신이 여는 새로운 시대, 우리는 어떻게 글로벌 경제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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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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