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선생이고 미국이 학생인 세상에 살지 않으려면...” |
|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르코 루비오 미 상원 의원은 지명 두 달 전인 지난 9월 중국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담은 보고서 “The World China Made – ‘Made In China 2025’ Nine Years Later”를 냈다.¹ 중국 정부의 ‘중국제조(MIC) 2025’에 대한 종합 평가보고서다. |
|
|
보고서에서 루비오는 “공산주의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이 역사상 마주했던 가장 강력한 적수(adversary)”라 평가하면서 “중국이 스승이고 미국이 학생인 세상에 살지 않으려면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중국은 기술과 생산을 통해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부강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지금까지는 대안적 발전경로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고 언급했다. |
|
|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세 개의 종합 국가 계획을 대략 10년 단위로 공표했다. 2006년 시작해 2020년 마무리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국가 중장기 계획’과, 2015년 시작해 2025년 마무리를 목표로 했던 ‘중국제조 2025’다. 이중 ‘중국제조 2025’는 중국 공산당 정부가 “강력한 제조업이 없으면 국가도 없고 민족도 없다”는 구호를 내걸고 추진했던 ‘산업 굴기’ 정책이다. 이어 중국은 ‘중국제조 2025’의 종료가 임박한 지난 3월, 향후 10년의 국가 전략 계획으로 ‘신질(新質) 생산력’을 내걸었다.² 21세기 세 번째 국가 전략 계획이라 할 수 있다. |
|
|
루비오는 이 추이를 계속 따라왔다. 2019년엔 ‘중국제조 2025’를 평가한 1차 보고서를 냈다. 이번에 5년 만에 낸 보고서는 ‘신질 생산력’ 계획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시기에 낸 ‘중국제조 2025’ 종합 평가 보고서다. 루비오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의 의도와 성과, 취약점, 미국의 행동 지침 등을 세밀하게 제시했다. 루비오는 “중국제조 2025가 10년간 세계 무역을 재편한 것처럼 신질 생산력은 전 세계에 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
|
|
이 보고서는 루비오가 국무장관으로 지명되기 전에 내놓은 것이므로 그 내용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루비오의 대외정책’, 특히 ‘루비오의 대중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
|
중국은 2017년 이후 32개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 미국의 세계 수출 점유율을 추월했다. (출처: UN International Trade Centre, Trade Map, accessed August 28, 2024)
|
|
|
핵심 산업 10년 성적표 : 선도 4, 약진 5, 그리고 취약 1 |
|
|
루비오 보고서는 ‘중국제조 2025’에 대해 “중국은 10년 전 시작할 때 목표했던 강력한 산업 국가로 발전했다”며 “선진국들은 중국을 ‘2류 강대국’이라고 무시하는 데 익숙하지만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
|
|
루비오 보고서는 ‘중국제조 2025’가 목표로 삼은 10대 핵심 산업의 현주소를 평가했다. 평가 결과는 중국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다. 10대 부문 중 9개 부문은 이미 선진국(또는 미국) 수준에 도달했거나 근접했으며 농업기계 한 개 분야만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
|
|
- 세계 선도 산업(4개): 전기차, 에너지·전력, 조선, 고속철도
- 약진 산업(5개): 우주항공, 생명공학, 신소재, 로봇공학·기계, 반도체
- 취약산업(1개): 농업기계
|
|
|
중국은 지난 10년간 전기차, 에너지·전력, 조선, 고속철도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로 부상했다. |
|
|
- 전기차 : 배터리 기술과 생산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대량생산과 세계적 수준의 성능을 겸비해 제2의 차이나 쇼크가 예상된다. |
|
|
- 에너지 : 세계 태양광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했다. 해외 전력망 구축과 원자력 발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 |
|
|
- 조선 : 2023년 미국 해군정보국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200배에 달하는 건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저가 선박은 물론 항공모함, LNG선, 크루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까지 가능하다. 이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
|
|
- 고속철도 :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 노선을 보유했다. 단순한 수출산업이 아닌 일대일로를 통한 동남아 연계 강화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
|
|
중국은 우주항공, 생명공학, 신소재, 로봇공학, 반도체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보인다. |
|
|
- 우주항공 : 미국 러시아와 함께 유인 우주선 발사 능력을 확보한 세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전반적 기술은 미국·러시아에 열세다. 다만 드론 분야에서는 DJI, 이항 등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미국 상업용 드론 시장의 90%를 중국산이 장악했다. |
|
|
- 생명공학 :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핵심 기술 추적기(Critical Technology Tracker)에 따르면 7대 세부 분야 중 4개를 선도하고 있으며, 특히 합성생물학에서는 독점적 기술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육성은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
|
|
- 신소재 : 연평균 20% 성장으로 세계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그러나 특허의 혁신성 부족과 고급 소재 분야의 열세는 과제다. |
|
|
- 로봇공학 : 노동력 감소에 대응해 적극 육성 중이다. 고급 로봇 분야는 약세지만,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성장 잠재력이 크다. |
|
|
- 반도체 :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레거시 칩' 분야에 집중 투자해 성과를 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산업의 심장'이라 칭할 만큼 전략적 중요성이 높다. |
|
|
농업기계 산업의 부진은 중국의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전략적 약점으로 지적됐다. 중국 공산당의 적극적인 육성에도 불구하고 농업 기계화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으며, 해외 식량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농업 분야 무역 적자가 20년 동안 누적되고 있으며, 2015년 45억 달러에서 2023년 1,350억 달러로 급증했다. 가축 사료를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두 옥수수가 대표적이고 소고기와 유제품도 그렇다. 의존 국가는 주로 미국 또는 미국 동맹국들(호주,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등)이다. |
|
|
특히 루비오는 이것이 대만 문제와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흡수하려는 경우 서방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라도 농업 분야 자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농업기계, 비료, 농지 확보 등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
|
|
루비오 보고서에는 10대 주요 산업 외에도 ▲혁신 ▲스마트 제조 ▲기초 산업 역량 ▲브랜딩 ▲지속가능성 ▲구조 개혁 ▲제조 서비스 ▲글로벌 진출 측면에서 중국제조 2025 전반에 대한 평가도 담겨 있다. 그중 ‘혁신’과 ‘스마트 제조’는 중국의 성과를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
|
|
혁신 역량에서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글로벌 혁신지수가 2015년 29위에서 2023년 12위로 뛰어올랐다. 과학기술 클러스터의 수도 미국을 따라잡기 직전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평가다. 군사 응용이 가능한 44개 핵심 기술 중 무려 37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혁신 생태계 구축에 성공했음을 입증했다. |
|
|
스마트 제조 역시 놀라운 발전을 보였다. 2021년에는 낮은 임금 수준에도 불구하고 로봇 밀도에서 미국을 추월했으며, 전국에 350만 개의 5G 기지국을 구축해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확보했다. 이러한 로봇과 통신 기술의 결합은 중국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
|
|
이런 성과들은 중국의 새로운 국가 전략인 '신질 생산력'으로 이어져, 혁신 주도의 제조 강국 전략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
|
루비오는 “미국이 제조업은 아시아에 빼앗겼지만 기초 연구에 있어서는 최고의 시스템을 갖췄다고 위안을 삼는다”며 “실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거기에 대답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
|
|
루비오 보고서는 ‘중국제조 2025’의 핵심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취약점이다. |
|
|
첫째는 식량 안보 문제다. 농업기계 산업의 실패는 단순한 부진을 넘어 국가 안보의 취약점이다. 시진핑 주석이 특별한 관심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식량 자급이 전략적 자율성의 핵심 조건임을 감안할 때, 이는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향후 행보를 제약하는 중대한 약점이 될 수 있다. |
|
|
둘째는 과잉생산과 그에 따른 국제적 반발이다. 중국의 공격적인 제조업 육성과 수출 드라이브는 세계 시장에서 심각한 무역 마찰을 야기하고 있다. 당장의 수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가 브랜드 이미지는 오히려 악화됐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견제와 압박도 강화되고 있다.³ |
|
|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앞으로도 중국의 발전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
|
루비오 상원의원의 보고서는 미국의 근본적인 대응 전략 수정을 촉구했다.
그는 “나치 독일이나 소비에트 러시아는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기반을 장악하고 있고 시장을 왜곡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 승리했다고 비슷한 승리를 할 것이라 생각할 수 없다”며 “지금이 (중국의) 정점이라고 해도 미국이 직면했던 어떤 적수보다 강력하다”고 했다. |
|
|
루비오는 그러는 동안 미국의 입지는 지속적으로 취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적대적 경제권(중국)과의 자유무역으로 산업기반이 약해졌고 그 결과 폐쇄된 공장, 마약, 불법 이민 등으로 소도시 공동체들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든-해리스 정부 4년에 대해서도 해외의 적수들을 달래고, 국내 생활비를 올리고, 관료주의는 끝없는 검토만 하고, ‘다양성 의무’라는 짐에 허덕였다고 했다. |
|
|
“미국의 병든 산업 재부팅 위해 긴급히 행동해야” |
|
|
루비오는 “더 이상 (자유무역이라는) 낡은 도그마와 진부한 논리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며 크게 두 가지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
|
|
첫째, 미국의 경제 안보에 중요한 부문들을 지원하기 위한 과감한 산업정책과 규제 완화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둘째, 우주항공, 농업, 생명공학 등 미국이 우위를 지닌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탈취와 대외 확장을 막기 위한 더욱 정교한 무역장벽이 필요하다. |
|
|
루비오는 “미국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중국의 약탈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고 병든 산업을 재부팅하기 위해 긴급히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 중국은 지난 9년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핵심 산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 성공의 이면에는 과잉생산에 따른 국제 무역 마찰,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 환경 문제 등 부작용도 존재한다. 중국이 새로운 구호로 내세운 '신질 생산력'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 미국이 리쇼어링 등을 통해 제조업 부활에 다시 국가적으로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다. 그러나 중국 산업을 현실의 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라고 봐야 한다. 이번 루비오 보고서는 트럼프 1기 정부의 대중 정책 기조와 대체로 일치하고 한편으로 한층 더 강경하다 할 수 있다. 루비오는 보고서에서 자유무역주의를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물론 현실은 생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 지난 8월 26일 우리 정부가 발표한 12대 국가전략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첨단 이동 수단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AI ▲차세대 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기술)은 ‘중국제조 2025’의 핵심 산업들과 상당 부분 중첩된다.⁴ 이는 한국이 필연적으로 중국과 기술 경쟁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과는 다른 전략적 위치에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중국의 기술 굴기 사이에서, 한국은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와 전략적 유연성 유지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반도체, 2차전지, 조선 등 중국과 경쟁이 불가피한 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기술 주권과 산업 경쟁력을 지켜나가야 할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
|
|
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