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5일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PLARF)이 태평양을 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전(全) 구간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중국 정부가 공개했다. 중국 군사 매체 ‘China JunHao’는 발사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중국 정부는 시험에 앞서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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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 구간 시험 발사는 1980년 이후 44년 만이었다. 당시 중국은 간쑤성에서 발사한 ICBM을 하와이 남쪽 해역에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후 40여 년간 고각(高角)이나 저각(底角) 발사 등을 통해 국경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고 중국 국경 내에서 시험을 진행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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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ICBM 시험과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 美 대 中-러 대치 구도 상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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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략과 관련된 움직임은 러시아에서도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9월 25일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 교리 문서’의 개정을 선언했다.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비핵국가가 재래식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경우라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장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위협으로 읽히지만 ‘핵 선제 사용’의 문턱을 낮춘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중국의 ICBM 전 구간 시험과 러시아의 교리 개정 선언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이었다. 미국과 중-러 간의 대치 구도가 양상을 달리해가면서 심화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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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이례적 정보 공개 “핵전력에 대한 자신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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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트럼프 1기 집권 시기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한 미-중 갈등을 관리하고 나아가 동북아 및 한반도의 군사-외교적 정세에 미칠 영향을 연구해 왔다. 이에 대해 ‘Bulletin of Atomic Scientists’에 실린 논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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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의 핵 프로젝트 선임연구원 Hui Zhang이다. 그는 논문에서 중국 측의 이례적 정보 공개가 핵전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러한 자신감이 위험 감소 대화를 촉진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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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로켓군 내부에선 연이은 부패 스캔들과 지휘 체계 불안으로 해외 정보당국들의 주시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험은 중국의 핵 능력(억제력)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Hui는 이번 시험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1980년 5월에 실시한 DF-5 ICBM 시험과 비교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중국의 기술 진전과 자국 안보에 대한 자신감이 얼마나 진전되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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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ICBM 'DF-31AG' 과시 오프로드에서도 이동 발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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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중국은 액체 연료 ICBM인 DF-5(둥펑-5)를 통해 1세대 핵무기 기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번 시험에서 보여준 기술력은 그와 크게 다르다. Hui는 이번 시험에 사용된 미사일이 최신형 ICBM인 '둥펑-31 AG(DF-31AG)'임을 확인했다. DF-31AG는 DF-31A의 업그레이드 모델로,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2세대 ICBM이다. 가스 부스트 1단 탄두를 탑재한 차세대 무기에 해당한다. 이 미사일은 개선된 발사 차량과 함께 오프로드에서도 기동성을 발휘하여 생존성과 신속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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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DF-31AG의 사거리가 약 11,200~12,000km로, 미국 본토 대부분이 표적에 포함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DF-31AG는 DF-31A, DF-41, DF-5와 함께 중국의 핵 억제력의 핵심이며, 대만 해협에서의 갈등 상황에서 미국의 핵무기 개입을 억제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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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의 ICBM 시험은 덩샤오핑의 온건한 외교 철학에 따라 조용히 진행되었다. 이번 DF-31AG 시험은 “모의 탄두를 탑재한 ICBM 시험”임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공세적인 외교 노선을 드러내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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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DF-5 발사가 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적인 시험이었다면, 이번 DF-31AG 시험은 실전 배치된 무기 시스템에 의한 훈련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Hui는 이를 통해 중국이 실전에 배치 가능하며 신뢰할 만한 핵 억제력을 확보해 미국을 견제할 수 있음을 대내외에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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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i는 중국의 위협 인식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음을 강조했다. 1980년의 미사일 시험이 주로 소련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현재의 시험은 명확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중국은 DF-5 미사일의 사거리를 9,000km로 설정했는데, 이는 소련 전역을 타격할 수 있지만, 미국 본토에 도달하기에는 3,000km가 부족했다. 당시 중국은 소련을 주요 위협으로 간주했고, 미국에 대한 억제력의 필요성은 크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DF-5A ICBM을 배치한 것은 1993년이 되어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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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의 안보 전략은 과거와 완전히 대조적이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미국을 주요 위협으로 여기며,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응할 신뢰할 수 있는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10년 이전에는 미국에 대한 확실한 핵 보복 능력이 부족했으며, 시진핑 체제 이전 중국의 핵전력은 DF-5A(사일로 기반 ICBM) 20기와 DF-31A(도로 이동식 ICBM) 8기로 제한적이었다. 설령 8기의 DF-31A가 미국의 선제공격을 버텨내고 보복 공격에 배치되더라도, 미국이 당시 보유한 30기의 요격 미사일로 이루어진 지상 중간 단계 방어 시스템을 뚫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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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국은 DF-31AG 등 신형 ICBM을 통해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한 생존성과 보복 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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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최악의 시나리오’ 가정해 ‘더 많은 핵무기’ 보유하려 할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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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i는 중국의 핵 현대화 및 전력 증강의 주요 동기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의 지휘하에 중국은 미국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확대하며 다각화해 왔다. 최소한의 효과적 억제력은 핵 공격에서의 생존 가능성과 상대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의 요인에 따라 결정되므로, 이를 보장하기 위한 무기의 수는 특정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시진핑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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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제공격을 받는 경우, 중국의 탄두 생존율이 10%이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 돌파율도 10%라면, 중국은 1,000개의 탄두를 보유해야 그중 10개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 중국의 핵 탑재 미사일 보유 수는 2016년 65기에서 2024년 240기로 증가했으며, 이 증가분 대부분이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라는 점은 Hui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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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CBM 시험은 1980년의 시험과 달리, 실전 배치된 신뢰성 높은 핵전력을 보유한 자신감 있는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Hui는 중국이 핵전략 및 비 선제 사용 정책을 크게 변경할 가능성은 작지만, 핵전력의 질적·양적 개선이 더 야심찬 핵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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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국의 목표와 동기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미·중 간 군비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며, 이러한 경쟁이 중국으로 하여금 핵 정책과 전략을 재검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양국은 핵 군비 경쟁을 피하고 핵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Hui는 양국이 전략적 안정성 대화를 통해 위험 감소 및 신뢰 구축 조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하며, 이러한 대화가 안보 문제의 통제와 전략적 의도 명확화, 투명성 제고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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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첫 번째 조치로 탄도 미사일 및 우주 발사에 대한 상호 통보를 위한 양자 협정 협상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오해와 오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에서 중국이 ICBM 발사를 "관련 국가"에 사전 통보하고 발사 사진을 공개한 것은 전략적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미국이 위험 감소 대화에 나설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Hui는 중국이 책임 있는 글로벌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핵 군축, 투명성, 위험 감소와 관련된 국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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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의 핵 정책은 첫째 핵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 보유, 둘째 선제 불사용이었다. 이 원칙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 핵 능력은 계속 보강되고 있다. 2016년 시진핑 주석 지시로 로켓군이 창설되던 당시 보유 핵탄두가 250개에서 지금은 4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2035년에는 1,5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ICBM 전 구간 공개 시험 발사까지 했다. 중국은 로켓 전력과 핵무기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Hui는 중국의 핵 현대화가 미국의 고도화된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대응해 확실한 보복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 외에도 중국의 핵전략과 현대화 노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깊이 이해하면 중국의 불안감을 명확히 분석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군비 통제 대화를 이끌어 가는 데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다.
☑️ 또한, Hui는 현대화된 핵전력이 보다 야심찬 핵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략의 전환을 시사하는 지표를 식별해야 하며, 이를 통해 중국의 전략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이 ICBM 시험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미국에 사전 통보한 것은 양국 간 군사적 투명성에 긍정적인 진전을 시사하는 신호다. 미국은 이를 인식하고, 이러한 진전을 기반으로 대화와 신뢰 구축 메커니즘을 다각화해야 할 것이다.
이 기회를 활용해 전략적 영역에서 중국과 미국이 상호 신뢰를 더욱 증진할 방안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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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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