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SP. “National Action Plan for United States Leadership in 윤준영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julia.yoon@fcinst.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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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030년이 미국 미래 걸린 핵심 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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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미국에서 ‘SCSP’라는 이름의 초당파-비영리를 표방하는 싱크탱크가 출범했다. ‘Special Competitive Studies Project’, 그대로 옮기면 ‘특수 경쟁 연구 프로젝트’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의 가족이 출연해 만든 이 싱크탱크는 설립 목적이 “AI 및 신흥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장기 리더십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이다. 에릭 슈미트는 1950년대 록펠러재단에서 헨리 키신저가 참여했던 ‘특수연구프로젝트(Special Studies Project)’로부터 직접적 영감을 얻었다 한다. 키신저가 냉전 시기 미국의 패권 확보와 유지를 구상했다면, SCSP는 이제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의 패권을 장기화하기 위한 구상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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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P는 미국의 미래가 걸린 핵심 시기를 2025~2030년이라고 본다. 시진핑 주석의 임기가 2027년에 끝나고, 중국 내의 여타 기술적 변동이 심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SCSP는 현재 30명 안팎의 연구 스탭을 활용해 對중국 경쟁력과 관련된 정책 어젠다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2월엔 AI 엑스포를 열었다. 참석자는 주로 미국의 주요 파트너 국가들의 기업과 정책 담당자들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SCSP는 ‘미국의 차세대 에너지 리더십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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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하는 내용은 이 에너지 행동계획이다. 초점은 청정에너지에 맞춰져 있다. 청정에너지라고 해서 탄소 중립은 전제에 해당할 뿐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현재대로라면 미래 청정에너지 주도권을 중국에 내줄 가능성이 크고, 이는 국제적 리더십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이걸 뒤집어야 할 시간은 많지 않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이것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 SCSP의 판단이다. 이 ‘행동계획’에는 민간기업은 물론 정부와 민-관 연구단체들이 총력 집중해야 할 미래 에너지 분야를 골라낸 뒤, 여기에 들어갈 펀드의 규모, 이를 이끌 조직 구성까지 포함되어 있다. 나아가 유럽, 호주, 한국, 일본 등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업 상황을 평가하고 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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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의 에너지 공급망 보호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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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이다. SCSP는 이를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을 관통하는 에너지 공급망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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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오랫동안 화석연료 기반 경제에서 우위를 점해 왔으나, 청정에너지 기술의 상업화와 공급망 지배력에서 점차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오늘날 청정에너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은 미국에서 개발되었으나, 이를 대량 생산하고 상업화에 성공한 나라는 중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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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차 배터리 등 주요 청정에너지 제품의 글로벌 생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¹ 갈륨과 희토류 같은 청정에너지 기술에 필수적인 광물의 생산 및 가공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² 중국은 전 세계 주요 광물의 60%를 추출하고, 처리용량의 85%를 통제하고 있다.³ 태양광 설비 제조 능력의 80%, 풍력 설비 제조 능력의 60%를 보유하고 있다. 상위 배터리 제조업체 10개 중 6개가 중국 기업이며, 그 6개 기업이 세계 배터리 생산량의 77%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SCSP는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얼리 어답터는 지정학적 영향력의 모든 측면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표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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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론 부족…‘달 착륙’ 같은 담대한 프로그램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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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처럼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세계 각국의 중국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지정학적 경쟁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두 가지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초당적 인프라법(Bipartisan Infrastructure Law)과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이 법안들은 기후 변화 대응, 청정에너지 전환, 인프라 현대화, 경제 회복을 위한 광범위한 투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청정에너지 기술 보급 촉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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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P는 이런 미국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 정도로는 안 된다고 본다. SCSP는 1969년 인간을 달에 보낸 아폴로 프로그램에 필적하는 담대함과 절박함을 담은 ‘문샷(Moon Shot)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문샷 프로그램은 인간의 달 착륙과 같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 전체 역량을 투입하는 혁신 이니셔티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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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P는 그 일환으로 에너지 생태계의 3대 핵심 부문인 송배전, 발전, 저장 분야에서 각각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Space-Based Solar Power), 핵융합 에너지(Fusion Energy), 장기 에너지 저장(Long Duration Energy Storage)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혁신 생태계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격자가 아닌 선구자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기술 중심의 해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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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적 포문 열어 줄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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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은 우주에서 태양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 지구로 무선 전송하는 기술이다. 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지상 태양광 발전의 약점인 간헐성 문제가 없다. 에너지의 양은 지상 태양광 발전보다 10~20배 많다. 기술 발전에 따라서는 다른 차원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 기술은 우주 기반 제조 및 조립,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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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P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50년까지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을 통해 1GW 발전 용량 달성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반해 미국 일본 영국 유럽연합은 아직 연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SCSP는 미국이 총력전 자세로 2030년까지 50kW, 2050년까지 35GW 발전 용량을 실증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참고로 35GW는 미국 전체 가구의 약 20%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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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P는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에 대해, “이제 과학적 도전이라기보다는 공학적 도전”, “이를 최초로 상용화하는 국가는 새로운 기술 역량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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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상용화 담당할 국가 담당자 신설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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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에너지는 태양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방식을 지구에서 재현하는 개념이다.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깨끗하고 거의 무한한 에너지원이 될 잠재력을 지닌다. 핵분열이 무거운 원자핵을 쪼개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이라면, 핵융합은 반대 경로로 가벼운 원자핵을 결합해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없다. 높은 온도와 압력이 유지되지 않으면 반응이 자동으로 중단돼 안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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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진행된 핵융합 실험에서 투입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학적 손익분기점’을 이미 달성했다. 이 성과 이후, 10년 내 상용 핵융합 발전소 건립을 위한 민간 투자도 60억 달러(약 8조 원) 이상 확보된 상태다. 발전소 전체 에너지 소비를 충족하는 ‘발전 손익분기점’ 달성까지는 높은 온도와 압력의 재현과 제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SCSP는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적절한 법적 및 재정적 권한을 가진 국가 임무 관리자(National Mission Manager)를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분야와 관련된 국가적 역량을 모두 모으기 위해 이를 운영해 갈 권한을 신설 조직에 줘야 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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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진행된 핵융합 실험에서 투입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학적 손익분기점’을 이미 달성했다. 이 성과 이후, 10년 내 상용 핵융합 발전소 건립을 위한 민간 투자도 60억 달러(약 8조 원) 이상 확보된 상태다. 발전소 전체 에너지 소비를 충족하는 ‘발전 손익분기점’ 달성까지는 높은 온도와 압력의 재현과 제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SCSP는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적절한 법적 및 재정적 권한을 가진 국가 임무 관리자(National Mission Manager)를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분야와 관련된 국가적 역량을 모두 모으기 위해 이를 운영해 갈 권한을 신설 조직에 줘야 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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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은 “깨끗하고 무한한 에너지의 이상적 원천”이다. SCSP는 “전력을 대규모로 배치하는 것은 국가안보의 필수과제”라며 “미국은 핵융합 문샷 과제를 설정하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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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에너지 저장, 2050년까지 4조 달러 시장 창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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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에너지 저장은 에너지를 수 시간에서 수개월까지 저장하고 필요시 방출함으로써,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해 미래 전력망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 보고서는 2030년까지 3~4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양수 발전(pumped-storage hydroelectricity), 흐름 전지(flow battery), 현열 저장(sensible heat storage) 등과 같은 장기 에너지 저장 기술의 용량이 2040년까지 400배 확대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⁵ SCSP의 제안대로 되면 2050년까지 3조 달러(약 3,990조 원) 이상의 시장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SCSP는 미국 에너지부의 장기 에너지 이니셔티브(Long Duration Storage Shot)와 목표를 일치시키며, 2030년까지 10시간 이상 지속 가능한 저장 시스템의 비용을 2020년 대비 90% 감소시키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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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1년 기준, 태양광 패널(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등)의 모든 제조 단계에 대한 중국의 전 세계 점유율은 80%를 넘으며, 전기차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에 있어 중국의 전 세계 점유율은 79% 이상을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 Special Report on Solar PV Global Supply Chains, 2022; Statista, Share of the global electric vehicles lithium-ion battery manufacturing capacity in 2021 with a forecast for 2025, by country, 2022) 2023년 기준, 전 세계 풍력터빈 제조업체 상위 10개사 중 6개가 중국업체이다. (Bloomberg New Energy Finance, BNEF’s 2023 Global Wind Turbine Market Share, 2024)
2) 2023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의 98%,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68%를 차지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통제와 시사점, 2023;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국 희토류 시장동향, 2024)
3) Bonnie S. Glaser & Abigail Wulf, China’s Role in Critical Mineral Supply Chains, German Marshall Fund, 2023
4) 미국 1 가구가 1년에 필요한 발전 용량은 1.22kW, 따라서 35GW는 2,80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으며, 2,800만 가구는 미국 전체 가구의 약 20%에 해당한다.
5) 양수 발전은 물을 높은 곳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방출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며, 흐름 전지는 전해질 용액을 저장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기술, 현열 저장은 물질의 온도를 이용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6) Bloomberg New Energy Finance, New Energy Outlook 2024,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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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SP가 제안하는 ‘우주 기반 태양광’과 ‘핵융합’은 청정에너지이면서도 미·중 경쟁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다. 만약 이 경쟁에서 밀린다면 동맹국들의 에너지 공급망을 보호하기 힘들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미국의 영향력 하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술들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기술 파급력에서도 계량이 불가능할 정도로 클 것이다. ‘우주 기반 태양광’은 우주 기반 통신이나 글로벌 항법 위성시스템과 거의 비슷한 정도의 파급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런 기술들이 미·중 패권 경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닌 것이다. 한국에게도 동맹과 경제, 동맹과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지금은 ‘기술경제(Techno-Economy)’ 시대다. 퀀텀 점프식 기술의 도약이 경제 생태계를 순식간에 바꿔놓을 수 있다. AI와 그에 버금가는 기술들이 안보와 경제, 사회를 재편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SCSP는 기술이 경제를 압도하는 시대일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래서 ‘궁극적 사명’ 같은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 정부, 연구자들은 여기까지 고민하고 있는가.
☑️ 한국은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재생에너지 시설과 기존 토지 이용 간의 경합 문제가 불가피하다. 에너지 시장 조사 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넷제로 달성 시나리오에 따르면⁶, 205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위해 필요한 토지가 2023년에 비해 1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안보와 식량 안보 간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풍력 및 태양광 발전 건설에 적합한 토지 면적이 포화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우리에게도 청정에너지 리더십이 절실하다.
우리나라가 청정에너지 리더십을 확보할 방법이 무엇일지,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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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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