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g Jisi et al., “Does China Prefer Harris or Trump?” 우약영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연구원 (rachelyu@fcinst.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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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든 트럼프든 대중 정책에 별 차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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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1972년 닉슨과 마오쩌둥의 만남 이후 2010년경까지 대체로 관계가 좋았다. 위기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돌파구가 뒤를 따랐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최소한 최고 권력 차원에서 표면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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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현상 질서(미국 패권)에 대한 ‘수정주의 세력’이라 규정했고 심지어 위협이라고 했다. 40여 년만의 미·중 관계 전환점이었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이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구조적 압박이 더 강화됐다. 현재 워싱턴에는 중국을 주요 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초당적 합의가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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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4년, 바이든 4년, 미·중 갈등 8년을 지나 새 대선이 눈 앞에 다가왔다. 미·중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질문을 바꿔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중국은 해리스를 선호할까, 트럼프를 선호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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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Foreign Affairs에 바로 이 제목의 기고문이 나왔다. “Does China Prefer Harris or Trump?” 중국 학자가 썼다. 결론은 “누가 되든 미·중 관계의 앞길은 더욱 험난해질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이미 구조화되었고,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미국 내 정치 질서를 감안할 때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대중 정책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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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사람은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 초대 원장 왕지쓰(王緝思) 교수다. 미·중 관계와 미국 외교 전략 분야 권위자로,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소장, 중국공산당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소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외교부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중국 정부의 대외정책 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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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지쓰 교수는 2012년 브루킹스 연구소의 케네스 리버탈(Kenneth Leberthal) 박사와 함께 ‘미·중의 전략적 불신 다루기(Addressing U.S.-China Strategic Distrust)’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² 이 연구에서 두 학자는 양국 간 소통과 상호 이해 증진을 통해 전략적 불신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상호 이해증진은 되지 않았고 전략적 불신도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12년이 흐른 지금 전략적 불신이 깊어져 무역 군사 이념 등 모든 분야에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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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지쓰 교수의 Foreign Affairs 기고문을 기초로 하고, 여기에 2023년 4월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강연록 등 다른 자료들을 참고해 미 대선에 대한 중국 전문가들의 생각을 정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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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경계심 민주 공화 모두에 깊이 뿌리내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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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 년간 미·중 관계에서 상호 반감, 불신, 경쟁, 그리고 불안정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나, 현재와 같이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모두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상정한 적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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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정책 기조 측면에서 해리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대비되는 다자주의적 접근을 표방하고 있다. 정책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위치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왕지쓰 교수는 대중국 정책에서 두 후보 간 근본적 차이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한다.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민주, 공화 양당에 이미 깊이 뿌리내린 상태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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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0년간 미국의 대중국 정책 변화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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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은 양국 관계 전반으로 확대됐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었고 쿼드(미·일·인도·호주)에 새로운 자원을 투입했다. 남중국해 영토 주권 및 해양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군사 활동도 강화했다. 중국인들은 미국이 다자외교에서 중국을 악마화했으며, ‘중국 위협론’이라는 네러티브를 확산시켜 왔다고 본다. 그러나 왕지쓰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관성이 떨어졌었고, 그래서 어느 정도 포용성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징벌적 관세 등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무역 협상에 열려 있었고 기술 전쟁에도 어느 정도 타협적 자세를 보였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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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교수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가장 심각한 경쟁자”, “중국의 도전에 직접 맞서겠다”고 하는 등, 대중 정책에서 트럼프 정부와 연속성을 보였다. 수출통제를 더 엄격하게 했고,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으며, ‘Chip 4 동맹’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기술 통제도 강화했다. 나아가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프레임으로 ‘대동맹’을 추진했다. 바이든 정부는 그러면서도 정기적 고위급 채널은 계속 가동했으며 학술 및 사회교류도 복원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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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교수에 따르면 중국 전략가들은 향후 최소 10년간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면 환상이라고 본다 한다. 이들은 “누가 당선되든 전략적 경쟁과 봉쇄를 우선시하고 협력과 교류를 섞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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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국 강경책엔 미국 내부 정치가 큰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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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런 초당적 대중국 강경 기조의 배경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대략 3가지를 거론한다. 첫째, 양국 간 세력 균형의 변화다. 보통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둘째, 양국의 이념과 정치체제 간 경쟁과 차이다. 미국은 정치적 가치가 반대되는 국가의 급격한 부상을 용납할 수 없다. 셋째, 국제환경의 변화다.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은 소련의 전략적 확장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현재는 우크라이나전과 중동전에서 보듯 국제환경의 불안정성이 세계 곳곳에서 전략적 재편을 낳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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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지쓰 교수는 이 세 가지가 미·중 관계 변화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하며, 네 번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내부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그 네 번째 요소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변수’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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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선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중국에 공격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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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정치의 양극화와 사회 분열은 주로 경제구조의 변화와 소득분배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런 계급 갈등에 인종 갈등이 중첩되면서 전장이 바뀌었다. 우파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다문화주의에 반대하고, 미국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강조하며, 이민자와 난민을 공격한다. 좌파는 경제적 평등보다 소수자와 여성 문제에 집중한다. 양쪽의 이런 정체성 정치가 미국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좌파든 우파든 정치 엘리트들이 외부(중국)의 위협을 끌어들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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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교수는 이런 내부적 요인들이 중국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에 접근하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 이번 대선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공화당에 비해 중국에 대해 공격적 입장을 더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보도³에 따르면,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중국 관련 광고를 더 많이 내보내고 있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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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 내 세 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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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교수에 따르면 전통적 ‘비둘기파’와 ‘매파’의 이분법적 구분으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복잡한 인식을 적절히 포착하기 어렵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을 미국에 가장 중대한 도전으로 여기고 있지만, 정치 엘리트층 내에서는 중국 전략의 구체적 방향에 관해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미국의 대외 정책 결정 과정의 복잡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미국 내부의 고민을 드러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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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지쓰 교수는 이를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한다. 첫 번째 ‘신냉전파’로 분류되는 이들은 미·중 관계가 이미 신냉전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며, 중국에 대해 보다 공세적인 전략 채택을 주장한다. 맷 포틴저(Matt Pottinger) 전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 마이크 갤러거(Mike Gallagher)) 전 공화당 하원의원 등이 이 그룹의 대표적 인물이다. “관리가 아니라 승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그룹은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인사인 커트 캠벨(Kurt Campbell),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등이 주도하는 ‘경쟁관리파’다. 이들은 미·중 경쟁이 반드시 제로섬 게임의 형태를 취할 필요는 없으며,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면서도 협력의 여지를 모색하는 것이 미국의 최적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세 번째 그룹은 제시카 첸 와이스(Jessica Chen Weiss), 제임스 스타인버그(James Steinberg) 등 국제관계학자들로 구성된 ‘협력주의자’들이다. 이들은 과도한 경쟁이 불필요한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중국과의 신냉전 구도 형성에 반대한다. 대신 미·중 양국이 공동 관심사에 대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갈등의 위험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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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 위협론'을 강조하고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왕지쓰 교수를 비롯한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양적 변화를 넘어 질적 변화의 단계로 진입했다고 경고한다. 일부 전문가는 향후 10년간 미국의 이러한 대중국 기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⁴ 이에 대응해 중국 정부는 대외 관계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한편, 내정에 초점을 맞추어 지속적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 유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시진핑 주석도 작년과 올해 여러 차례에 걸쳐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 “폭풍우도 견뎌야”라고 했다.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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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교수는 미·중 관계가 21세기 초반의 긴밀한 교류와 협력의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경쟁하지만 파국은 피한다(鬪而不破)’는 상황을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본다. 왕 교수는 “개선은 어렵지만 대체로 안정적일 것”이라는 표현을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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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과 협력의 공존 : '경쟁하지만 파국은 피한다(鬪而不破)'는 전략은 미·중 관계의 복잡성을 잘 보여준다. 현실적-실용적이지만 실행에 있어 많은 도전을 수반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다. ‘갈등의 하한선’을 보여줬다 할 수 있다. 양국 간 전략적 불신을 어떻게 관리하면서 필요한 영역에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 중국의 대응 전략 : 중국이 내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내부 안정과 발전을 통해 외부 압력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 제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어떻게 국내 발전과 국제적 역할 사이의 균형을 맞출 것인지가 향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 미·중 관계의 구조적 변화 : 왕지쓰 교수의 분석은 미·중 관계가 일시적 갈등을 넘어 세계적 차원의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높은 수준의 문제다.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도전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국제 질서의 재편을 암시하며, 향후 글로벌 거버넌스와 지역 안보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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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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