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Autor, Scars That Money Can’t Heal AI가 뒤흔드는 세계,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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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의 일자리를 어디까지 대체하고,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얼마나 될 것인가? 국가는 노동시장을 어떻게 재편하고, 의료·복지제도는 어떻게 바꿔가야 할 것인가? 산업혁명 시기처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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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인류는 또 다시 문명 재편의 문 앞에 섰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현대 의료·복지제도는 노동시장과 거기서 나오는 노동소득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만약 AI로 노동시장에 큰 변동이 생긴다면 제도도 동요할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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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지난 8월 14일자 『최신 해외 동향』에서 중국의 대표적 노동경제학자인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 차이팡의 글을 통해 중국공산당 내 논의 방향을 정리한 바 있다. 차이팡은 AI가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인류가 겪었던 어떤 기술보다 충격이 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규제, 인센티브 등을 통해 고용친화적인 AI기술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하며, 나아가 이번 AI 재편기를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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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미국 차례다. 미국 내에서도 단순히 일자리 감소와 대체의 차원을 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 일부를 소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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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2013년 ‘차이나쇼크(China Shock)’ 연구로 널리 알려졌다. 이 연구는 중국의 대량 상품 수출이 미국의 특정 지역 노동시장에 얼마나 큰 충격과 상처를 남겼는지를 대규모 데이터로 보여주며, 무역 충격 이후 노동과 자본이 빠르게 재배치될 것이라는 기존의 낙관적 통념에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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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터의 시선은 AI로 향한다. 최근 존스홉킨스대 야샤 뭉크(Yascha Mounk) 교수와의 대담에서 그는 AI가 노동시장에 던지는 진짜 충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을 내놓았다. 그의 관심은 일자리 총량보다 전문성의 가치 변화에 맞춰져 있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몇 개 남는가”가 아니라, “어떤 능력이 전문성으로 인정받고 그 전문성에 어떤 가치가 매겨지는가”이다. AI가 노동시장에 던지는 핵심 질문을 설정한 뒤, 오터는 기술 발전이 지난 250년 동안 전문성의 가치를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되짚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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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전에는 생산이 숙련 장인의 개별적 기술과 판단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대량생산은 이 복잡한 숙련을 표준화된 공정으로 쪼개면서 장인의 전문성을 약화시켰다. 대신 기계를 조작하고 유지하는 전기기사와 기계공 같은 ‘대중 전문성(mass expertise)’이 등장했다. 기술은 기존 전문성을 없애는 동시에 새로운 전문성을 만들어냈고, 이러한 변화는 교육 확대와 맞물려 20세기 중산층의 기반을 넓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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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의 컴퓨터화는 다시 이 구조를 뒤집었다. 정보기술은 정보 접근을 넓혔지만, 오터가 보기에 의사결정 권한까지 민주화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보 처리 비용이 낮아지면서 중요한 판단 기능이 엘리트 전문가에게 집중됐고, 사무·행정·생산직에 퍼져 있던 대중 전문성은 자동화됐다. 컴퓨터화가 지난 수십 년간 학력과 숙련에 따른 소득 격차를 확대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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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오터의 가장 독특한 주장이 나온다. AI는 컴퓨터 시대에 나타난 전문성 집중의 흐름을 되돌릴 가능성을 가진 첫 번째 범용기술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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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컴퓨터의 강점은 명시적인 규칙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절차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데 있었다. 생성형 AI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프로그래밍된 규칙만 따르는 대신 방대한 사례에서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새로운 상황에 적용한다. 전통적 프로그램이 악보를 그대로 연주하는 연주자라면, 생성형 AI는 익힌 선율을 바탕으로 즉흥 연주를 하는 재즈 연주자에 더 가깝다. 형식화된 지식과 축적된 사례를 결합해 인간의 판단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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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지금까지 의사·변호사·소프트웨어 엔지니어·교수처럼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에게 집중돼 있던 일부 판단 업무를 더 많은 사람이 수행할 가능성이 열린다. 오터는 이를 예측된 미래가 아니라 정책과 제도, 기술의 활용 방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강조한다. 제대로 활용한다면 AI는 자동화와 세계화 과정에서 약화된 중간 숙련 일자리와 중산층의 기반을 다시 넓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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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리에 따르면 정책 목표도 단순한 일자리 보호에서 벗어나게 된다. AI로 기존 노동자를 대체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판단과 업무를 수행하도록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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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터가 가장 큰 가능성을 보는 분야는 의료다. 공공재정의 역할이 크고 직업훈련과 자격제도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도 크기 때문이다. 전문간호사나 준의사, 의료기사 등이 AI의 지원을 받아 더 넓은 업무를 수행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교육이나 숙련 기술직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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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노동자가 이러한 전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 변화 과정에서 밀려나는 사람에게는 별도의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 오터가 제안하는 임금보험은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노동자가 이전보다 낮은 임금의 일자리에 취업할 경우 일정 기간 임금 차액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실직 이후의 소득과 경력 하락이 장기적인 상처로 남는 것을 줄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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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장기적으로는 자본 소유의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본다. 오터가 보편적 기본소득보다 ‘보편적 기초자산(universal basic wealth)’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AI로 노동의 상대적 가치가 낮아지고 자본의 가치가 높아진다면, 노동자도 자본수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소유권 자체를 더 넓게 분산해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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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터의 처방은 세 층위로 나뉜다. AI를 활용해 더 많은 사람의 전문성을 높이고,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완충하며, 장기적으로는 AI가 만들어낸 자본수익에도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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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정책수단이 있다고 해서 AI가 자연스럽게 전문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자의 능력을 높이기보다 기존 노동을 대체해 비용을 줄이는 기술이 더 빠르고 분명한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전문직을 만들고 노동자의 역량을 높이려면 교육과 훈련, 자격제도 개편처럼 시간과 비용이 드는 투자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방향과 시장이 선택하는 방향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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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가치는 기존 노동을 더 낮은 비용으로 대체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이전에는 하기 어려웠던 과학적 발견이나 새로운 서비스와 생산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핵심은 AI의 성능 자체보다 그 능력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할 것인가다. 전문성을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시키는 AI와 전문성과 소득을 소수에게 집중시키는 AI는 모두 가능하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시장의 선택만이 아니라 교육과 자격제도,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과 공공조달, 노동시장 제도 등 기술을 둘러싼 인센티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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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터가 노동시장의 역할을 민주주의와 연결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노동은 소득을 얻는 수단만이 아니라 개인이 사회에 기여하고 그 대가를 요구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오터에 따른 ‘노동 vs 자본’ 분배 비율에서 지난 20년간 8%가량이 노동에서 자본으로 이동했다. 오터는 앞으로 20% 정도가 더 이동하면 1인 1표를 근간으로 한 민주주의 제도도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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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오늘날 미국에서 이러한 방향을 누가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인터넷과 반도체, 항공우주 등 20세기의 주요 기술은 정부와 대학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지만, 최첨단 AI 개발은 대형 민간기업이 주도한다.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힘이 공공 목적보다 시장의 수익성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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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터의 주장이 정부가 특정 기술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시장이 노동 대체에 더 큰 보상을 제공한다면, 전문성을 넓히는 AI가 저절로 선택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과 자격제도, 연구개발 지원, 공공조달과 같은 정책을 통해 어떤 기술과 활용 방식에 더 큰 사회적 보상이 돌아가도록 할 것인지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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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터가 제시하는 의료 부문의 전문성 확대, 임금보험, 보편적 기초자산은 모두 한 국가 안에서 기술 변화의 비용과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관한 처방이다. 앞서 살펴본 차이팡의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의 방향을 조정하고, 사회보장과 고용의 관계를 바꾸며, 전환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하자는 구상은 기본적으로 국내 제도 설계를 전제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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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미·중을 함께 놓고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두 저자 모두 AI를 단순한 노동 대체보다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국가 간 경쟁에서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개발하고 확산하며 우위를 확보하느냐가 강한 압력으로 작동한다. 이 상황에서 노동자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신중하게 설계하고, 교육과 자격제도를 함께 정비하는 선택은 단기적으로 더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경로가 될 수 있다. 국내적으로 바람직한 기술 선택이 국가 간 경쟁에서는 불리한 선택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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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이 노동 대체에 더 큰 보상을 준다면 전문성을 넓히는 AI가 저절로 선택되지 않는 것처럼, 국가 간 경쟁이 기술의 속도와 규모, 선점에 더 큰 보상을 준다면 ‘인간을 증강하는 AI’ 역시 자연스럽게 선택된다고 보기 어렵다. 한 국가가 국내 인센티브를 정교하게 설계하더라도 경쟁국이 더 빠른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과 전략적 우위를 확보한다고 판단하는 순간, 그 설계는 흔들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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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글로벌 분배의 문제가 더해진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국 노동자를 위한 교육과 사회보장을 강화하더라도, AI가 만들어낸 이익과 비용이 국가 간에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구조가 그대로라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한 국가 안에서 기술 전환의 충격을 완화하더라도, 비용이 공급망의 다른 지역이나 협상력이 약한 노동자에게 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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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AI 고용 충격은 국내의 재교육과 임금 보전만으로 다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AI가 만들어낸 생산성 이익을 누가 가져가고, 데이터와 지식재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어떻게 배분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노동 전환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까지 함께 물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고용 문제는 국내 노동정책을 넘어 글로벌 분배의 문제로 확장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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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이익은 국경을 넘어 집중되는데 그 충격에 대한 보호는 각국의 국내 제도에 맡겨져 있다면, 이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AI 시대의 노동정책은 어디까지 글로벌 분배의 문제로 확장되어야 할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공유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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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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