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팡(蔡昉), 인공지능의 고용 충격에 대한 적극적 대응(积极应对人工智能对就业的冲击) 올해 6월 중국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에 주목할 만한 글이 실렸다. 중국의 대표적인 노동경제학자 차이팡(蔡昉)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이 인공지능(AI)이 초래할 고용 충격을 핵심 민생 과제로 제시한 내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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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팡은 AI가 고용에 미칠 영향이 산업혁명을 비롯한 지난 수백 년간의 기술 충격보다 클 수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AI의 고용 충격이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수 있으며, 눈에 띄지 않게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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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핵심은 기술과 제도의 변화 속도가 다르다는 데 있다. AI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는 데 반해 고용·교육·사회보장 제도는 안정적인 직업과 점진적 기술 변화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기술이 직무와 숙련의 가치를 빠르게 바꾸는 동안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충격은 실업뿐 아니라 교육과 경력, 소득과 복지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기술과 제도의 불일치는 일반론이기는 하지만 AI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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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실린 지면 역시 의미 있다. 『구시』는 중국공산당의 정책 담론을 전달하는 권위 있는 매체다. 차이팡의 제안을 중국 지도부의 확정된 정책 방침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AI 고용 문제가 기술산업의 부수적 쟁점을 넘어 중국의 핵심 민생·사회정책 담론 안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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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팡은 AI 충격을 중국이 이미 안고 있던 ‘구조적 고용 모순’을 한층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규정한다. 대규모 언어모델이 여러 화이트칼라 업무에서 평균적인 인간의 기술 수준에 접근하면서, 노동 대체가 가장 취약한 집단부터 모순의 심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영향을 받는 집단은 노동시장에 막 진입한 청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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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숙련 형성 경로의 단절이다. 신입 노동자는 자료 조사와 문서 작성, 정보 정리와 같은 초급 업무를 수행하면서 조직의 운영 방식과 전문지식을 익혀 왔다. 그러나 AI가 이러한 입문 업무를 대체하면서 청년은 첫 일자리뿐 아니라 중간·고급 인력으로 성장할 기회까지 잃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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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직무의 가치가 하락하면 교육과 고용 사이의 연결도 약해진다. 대학 졸업장이 일정한 능력을 보증해 주던 ‘양피지 효과(sheepskin effect)’가 약해지고, 기업은 학위만으로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청년들의 잦은 이직과 단기계약, 비정규 고용이 노동시장 진입의 일반적인 형태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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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는 플랫폼 노동과 유연고용의 확산으로 이어진다. 일자리의 생성과 소멸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면서 이직은 일시적 사건이 아닌 상시적 과도기가 된다. 노동계약과 사회보험, 근로시간과 근무장소를 전제로 설계된 기존 제도는 플랫폼을 매개로 단속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 구직과 업무 배분까지 알고리즘에 의존할수록 노동자의 협상력도 약해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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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다음으로 취약한 집단은 디지털 격차에 직면한 장년층이다. 이후에는 로봇과 체화지능(embodied intelligence)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블루칼라 업무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AI 충격은 특정 직업의 소멸에 그치지 않고, 취업–숙련–소득–사회보장으로 이어지는 노동의 생애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 차이팡의 진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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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팡이 제시하는 첫 번째 대책은 AI기술의 발전 방향을 ‘고용 친화적’ 목표에 맞추는 것이다. 핵심 개념은 ‘대표(對標·alignment)’다. 여기서 대표는 일정한 사회적 목표를 기준 삼아 AI 개발과 활용의 방향을 조정한다는 의미로, 목표에 따른 ‘기준 정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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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AI 정렬(AI alignment) 논의가 AI를 인간의 가치에 맞추는 원칙에 초점을 둔다면, 차이팡은 AI를 개발하고 도입하는 기업과 사용자의 선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주목한다. 규제와 인센티브, 재정지원, 공공조달,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보다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기술에 더 큰 보상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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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개입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의 이해와 사회 전체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에는 AI를 활용해 인력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같은 선택을 하면 고용과 노동소득이 줄어들고 소비도 위축될 수 있다.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 사회 전체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만드는 ‘합성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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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국가가 특정 기술을 직접 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할 때 더 큰 이익을 얻는지, 그 기준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또한 기술의 성과를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얼마나 고용을 창출했는지, 얼마나 노동자의 업무 범위와 생산성을 높였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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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대책은 청년이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경로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AI가 기존의 초급 업무를 대신한다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해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경로에 문제가 생긴다. 교육과 훈련, 역량 인증을 연결하는 새로운 인적자본 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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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팡은 인적자본 투자를 노동시장 진입 직전의 직업교육에 한정하지 않는다. 임신기부터 생후 2년까지의 ‘생애 첫 1,000일’에 형성되는 인지 능력과 정서적 안정,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은 이후의 교육만으로 완전히 보완하기 어렵다고 본다. 영유아 건강과 돌봄, 취학 전 교육에 대한 공공투자를 확대하고, 고등학교 단계까지 포함하는 교육 기회를 보편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시대의 격차에 대응하려면 성인이 된 뒤의 재교육뿐 아니라 생애 출발선의 격차부터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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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AI가 방대한 지식을 빠르게 처리하는 상황에서는 교육 연한이나 암기 지식의 양만으로 개인의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문제 해결 능력, 공감과 소통, 협업과 복합적인 상황 판단처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 대학도 특정 직무기술을 단기간에 가르치는 기관으로 바뀌기보다, 새로운 지식을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변화하는 업무에 적응할 수 있는 기초 능력 양성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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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평생학습과 재직자 훈련을 제도화해야 한다. 한 번 취득한 학위가 평생의 능력을 보증하기 어려운 만큼, 취업 이후에도 노동자가 반복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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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자격증명은 이 과정에서 새롭게 습득한 역량을 노동시장에서 확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짧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익힌 구체적 능력을 단계별로 인증하고, 여러 자격을 축적해 경력 전환에 활용할 수 있다. 차이팡의 구상은 영유아기의 조기 투자에서 학교 교육, 재직자 훈련, 미세자격증명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형 인적자본 체계를 구축하자는 제안으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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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대책은 기술 변화와 직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개인에게만 부담시키지 않는 것으로, 차이팡은 네 가지 ‘탈동조화’를 제안한다. 이는 사회보장을 고용 상태와, 노동보수를 개인 생산성과, 기본 공공서비스를 거주지와, 그리고 사회보장 급여를 개인의 보험료 납부와 기여 이력에서 점차 분리하는 것이다.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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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개인의 책임과 기술 변화의 영향을 구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AI 시대에는 어떤 직무가 살아남고 어떤 직무가 대체될지 미리 알기 어렵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원인이 개인의 노력 부족인지 기술 변화인지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실직과 재교육, 직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개인에게만 부담시키지 않고, 최소한의 소득과 공공서비스를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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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팡은 보편적 기본소득, 생활임금, 비기여형 사회연금을 중국 사회보장 제도 발전의 ‘참조점’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전 국민 기본소득을 당장 전면 도입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현재 중국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기본소득을 장기적인 방향으로 삼되, 우선 최저생활보장제도의 급여 수준을 높이고 사회보장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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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차이팡의 제안은 세 가지 질문을 하나로 연결한다. 어떤 AI를 개발하도록 유도할 것인가, 인간이 변화된 노동시장에 적응하도록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그리고 기술 변화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다시 도전할 기회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다. AI가 초래하는 고용 충격은 기술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교육과 사회보장, 재정과 국가 운영 방식을 함께 바꾸어야 하는 체제 차원의 대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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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팡의 논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복지제도의 확대보다 노동과 사회적 권리의 관계를 다시 묻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기존 사회계약은 개인이 안정적 임금노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그 대가로 소득과 사회보장을 받는다는 전제에 기초해 왔다. 그러나 AI가 초급 일자리를 줄이고 경력 형성 경로를 약화시키며 고용과 실업의 경계를 흐린다면, 취업 여부와 기여 이력만으로 개인의 사회적 기여와 보호 자격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사회보장을 취업 상태에서 분리하자는 차이팡의 제안은 이러한 변화가 중국의 체제 내부에서도 본격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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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팡의 해법은 노동 중심 사회계약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데 가깝다. 기본생활을 보장하면서 재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노동자를 다시 생산적인 고용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접근은 국가가 국유자본과 재정, 교육정책을 동원해 전환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술개발의 방향을 국가가 조정하는 데 따르는 위험은 크게 드러나 있지 않다. 국가의 개입이 확대될수록 정책 조정력은 강화될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의 자율성과 제도적 유연성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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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사람을 기존 일자리로 되돌려 보내는 장치만이 아니라, 무엇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어떤 활동에 사회적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에 관한 새로운 합의일 수 있다. 차이팡의 제안은 기존 노동 중심 사회계약의 균열을 포착했지만, 그 빈자리를 어떤 원리로 채울 것인지는 여전히 열린 문제로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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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사회보장은 노동자의 고용 복귀를 지원하는 제도에 머물러야 할까요, 아니면 돌봄·학습·직업 전환까지 사회적 기여로 인정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발전해야 할까요? 이러한 변화는 노동과 복지에 대한 기존의 인식, 나아가 사회계약 자체를 어떻게 바꾸게 될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공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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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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