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The Department of Commerce Restricted Access to... 미국의 수출통제는 본래 적이나 전략적 경쟁 상대를 겨냥한 비상 수단이다. 화웨이로 가는 반도체를 끊거나, 엔비디아 첨단 칩의 중국 수출을 차단한 조치가 대표적 사례다. 냉전 시기에도 반도체, 초음속기, 암호기술, 위성기술 등이 수출통제 대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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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현지 시간), 이 수단이 미국 자국의 프런티어(frontier)² AI 기업을 향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이 앤트로픽(Anthropic)에 서한을 보내, 최신 AI 모델 페이블 5(Fable 5)와 미토스 5(Mythos 5)에 외국인들이 접속할 수 있게 하려면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요구한 것이다. 앤트로픽에서 일하는 외국 국적 직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국적을 가려낼 방법이 없는 회사는 그날로 글로벌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모델 출시 사흘 만이었다. 상용 배포된 AI 모델이 정부 명령으로 중단된 첫 사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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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는 중단 조치 나흘 후인 6월 16일, ‘Critical Questions’ 형식으로 그 법적 근거를 검증한 긴급 분석을 내놨다. CSIS 경제프로그램 부국장 케이트 코렌(Kate Koren), 같은 프로그램의 선임기술전문가 케빈 컬랜드(Kevin Kurland), CSIS 와드와니(Wadhwani) AI센터 소장 알록 메타(Aalok Mehta)가 공동 집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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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결론은 분명하다. 상무부가 원용한 권한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고, 이를 뒷받침할 이행 규정도 없으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통제의 근거로는 취약하다는 것이다. 결국 상무부와 앤트로픽은 협의에 들어갔다. 상무부는 서한을 보낸 지 18일 만인 6월 30일 조치를 철회했고, 다음 날인 7월 1일부터 서비스는 재개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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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점을 상무부가 몰랐을까? 그럴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취했고, 협상 과정을 거쳐 보완 계획을 확인한 뒤 통제를 철회했다. 전세계 AI 기업들은 이 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AI 전략자산’ 시대가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게 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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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사흘 만의 ‘셧다운’… 방아쇠는 ‘탈옥’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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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발단은 안전성 논란이었다. 앤트로픽은 애초 최고 성능 모델인 미토스를 검증된 파트너 기관에만 제공해왔다. 그러다 6월 9일에 사이버 취약점 식별 같은 이중용도(dual-use)³ 기능에 안전장치(guardrail)를 적용한 첫 일반 공개 버전인 페이블 5를 출시했다. 백악관은 출시 직후 다른 기업들에 페이블 5의 안전성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아마존 연구진이 안전장치를 우회할 수 있는 ‘탈옥(jailbreak)’ 방법을 찾아냈고, 백악관에 우려가 전달됐다.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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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서한을 받은 앤트로픽은 즉각 반박했다. “제한적 범위의 탈옥 가능성만을 이유로 수억 명이 쓰는 상용 모델을 회수한다면, 업계의 모든 신규 모델 배포가 멈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명령에는 따랐지만 “이것은 오해라고 믿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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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쓰인 적 없는 권한… CSIS “법적 근거 취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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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 분석의 초점은 산업안보국이 동원한 권한의 정당성에 있다. 서한은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Export Control Reform Act, ECRA)상 신흥·기반기술(emerging and foundational technologies)에 대한 잠정적인 통제 권한(interim controls)을 원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권한이 제정 8년이 되도록 이행 규정(regulatory framework, 시행령)조차 없이 방치돼 있었고, 실제로 적용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법 조문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통제를 명시적으로 허용하지도, 배제하지도 않는다. 세부 내용은 규정으로 채우도록 설계됐는데, 그 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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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이 함께 원용한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EAR)의 군사정보 최종사용자 통제 조항(Section 744.22)도 소수 적성국에만 허가 요건을 부과할 수 있을 뿐, 전 세계 통제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더 근본적인 쟁점은 ‘원격 접근’이 수출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번 조치에서 모델 가중치(model weight)⁷는 국경을 넘지 않았다. 이용자들은 앤트로픽 서버 위의 모델에 접속했을 뿐이다. 산업안보국 스스로 과거 세 차례의 자문 의견에서 원격 접근 거래는 수출관리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미 하원이 원격 접근을 규율하는 별도 법안(Remote Access Security Act)을 통과시킨 것도 수출통제개혁법으로는 원격 접근을 규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저자들은 협상을 통한 철회, 소송, 허가 체제 준수라는 세 선택지 가운데, 전 세계 이용자의 신원 검증이 필요한 세 번째는 비현실적이라며 협상이 가장 유력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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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시간을 벌어줬다”… 미국 모델 신뢰에 균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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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이 더 무겁게 여기는 것은 그 파장이다. 무엇을 통제할 수 있고 무엇을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전제가 흔들림에 따라 앤트로픽 한 곳에 내려진 통제 조치로 인한 불확실성이 업계 전체로 번졌기 때문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수출통제는 최후의 수단이었다”고 했지만,⁸ 일단 적용된 이상 모든 기업은 같은 조치가 자신에게도 내려질 가능성을 계산에 포함시켜야 한다. 저자들은 이 탈옥 취약성이 페이블 5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언어모델 전반의 속성이라며, 이 기준이면 미국 정부는 ‘이론적으로도 탈옥이 불가능한 모델’만 수출을 허용하는, 도달 불가능한 기준점을 세우는 셈이라고 짚었다. 실제 영국 ‘AI 보안 연구소(AI Security Institute, AISI)’ 검증 결과 이번 조치를 촉발한 취약점은 거의 모든 언어모델에 내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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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파장은 더 크다. 특정 미국 모델에 대한 접근이 하루아침에 끊길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외 수요자들은 자체 하드웨어에서 구동할 수 있는 소형 오픈웨이트(open-weight)¹⁰ 모델 등 대안으로 눈을 돌릴 유인이 생겼다. 유럽 정치권은 미국 AI 의존이 공급망 취약성이라며, 이번 사태를 소버린 AI(sovereign AI)¹¹ 필요성의 근거로 즉각 인용했다. ‘공급망 취약성’은 주로 중국이나 러시아에 적용하던 개념이다. 저자들은 미국에 평균 7개월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 모델의 국제 확산에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지적한다. 수출통제는 반도체 등 연산자원 같은 물리적 투입 요소를 통제하는 데는 유효하지만, 모델의 접근·이용에서 비롯되는 안보 우려를 다루기에는 맞지 않는 도구라는 것이 저자들의 진단이다. 대안으로는 신규 입법과 프런티어 모델을 전담할 새로운 규제 기구 신설이 거론된다. 2023년 의회 청문회에서 오픈AI(OpenAI)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이 프런티어 모델에 라이선스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전 프레임워크 공개와 사고 보고를 의무화한 캘리포니아·뉴욕주법은 이미 연방 차원의 입법안에도 반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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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는 CSIS가 유력하다고 본 경로로 풀렸다. 상무장관은 6월 말 일부 신뢰 파트너 기업과 연방기관에 한해 미토스 5 접근을 먼저 허용했고, 서한을 보낸 지 18일 만인 6월 30일자 서한으로 두 모델 모두에 대한 허가 요건을 철회했다. 단, 조건이 붙었다. 앤트로픽은 모델 관련 보안 위험의 선제적 탐지·대응, 향후 모델 출시 관련 정부와의 표준·프로토콜 마련 협력, 악성 활동의 신속한 정부 보고를 약속했다. 상무부는 상황이 달라지면 허가 요건을 다시 부과할 권한을 유보했다. 첫 주는 이용량을 평시의 절반 수준으로 제한한 단계적 복원이었다. 모델은 돌아왔지만, 정부가 어떤 법적 근거로 프런티어 AI에 개입할 것인가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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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상무부가 조치를 철회한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의도와는 반대로 미국 AI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동맹국 연구 기관들에게까지 피해가 확대되고 있고, 오히려 중국 모델의 지배력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판단 등이다. 결국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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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재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수준을 가리키는 업계 용어이다.
3) 민간과 군사 양쪽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품목을 의미한다. 반도체, 암호화 기술 등이 대표적이며, 미국 수출관리규정(EAR)은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에 별도 허가를 요구한다. 이번 사안에서는 AI 모델의 사이버 취약점 식별·악용 기능이 이중용도로 분류돼 문제가 됐다.
7) 학습을 통해 결정된 AI 모델의 핵심 파라미터로, 사실상 모델의 성능과 능력을 규정하는 자산이다.
10) 모델의 가중치(weight) 파일을 공개해 누구나 내려 받아 자체 서버나 하드웨어에서 직접 구동할 수 있게 한 AI 모델을 의미한다. 특정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해야만 쓸 수 있는 폐쇄형(closed) 모델과 달리, 제공사가 접근을 차단하더라도 이미 내려 받은 모델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11) 특정 국가나 지역이 해외 기업의 AI 인프라·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내 데이터·컴퓨팅 자원을 기반으로 AI 역량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려는 정책 기조를 의미한다.
12) 기업이 자사 소프트웨어·서비스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낸 외부 연구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발견자가 취약점을 암시장에 팔거나 묵인하는 대신, 기업에 먼저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합법적 유인 구조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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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런티어 AI 의존은 이제 공급망 리스크라는 관점까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에 미국 정부가 보여준 관점은 ‘프런티어 모델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전략 기술 유출일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간의 공백은 해당 모델 위에 업무를 구축한 전 세계 기업들에 그대로 전가됐다. 이번에는 18일이지만 다음에는? 특정 모델·벤더 의존도 점검과 대체 경로 확보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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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트로픽 해제 나흘 전인 6월 26일, 정부는 오픈AI에도 차세대 모델 GPT-5.6의 초기 공개를 소수 파트너로 제한하도록 요청했다. 이번엔 수출통제가 아니라 6월 2일 행정명령에 따른 ‘자발적 협의’였다. 법적 근거가 취약한 수출통제와 강제력이 없어 애초에 법적 근거를 따질 필요조차 없는 자발적 협의가 동시에 가동되고 있었던 셈이다. 올트먼은 정부가 접근 대상을 건별로 승인하는 이 관행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결국 6월 30일 해제 서한 역시 CSIS가 지적한 권한의 적법성 문제에는 답하지 않은 채, 재부과 권한만 유보해 두었다. 규칙의 공백은 메워진 게 아니라 형태를 바꿔 이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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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조치를 지켜본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버그바운티(bug bounty)¹² 제도의 선구자로 알려진 보안 전문가 케이티 무수리스(Katie Moussouris)는 문제가 된 탈옥 기법이 “수출통제를 촉발할 사안은 아니었다”며, 해당 조치가 방어 목적의 모델 활용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¹³ 전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 알렉스 스타모스(Alex Stamos)를 포함한 100명 이상의 보안 전문가들이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¹⁴ CSIS가 우려한 대로, 통제가 이어지는 동안 일본 스타트업 사카나(Sakana) AI와 중국 보안업체 360이 서둘러 대체 모델을 내놨다.¹⁵ 미국이 자국 최고 모델을 스스로 묶어두는 사이, 경쟁국이 격차를 좁힐 기회의 창이 계속 열려 있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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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미국 정부의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중국식 통제와 자유시장 사이 어디에 길이 있을까요? AI 경제시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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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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