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SP, “Welcome to the Arena : Who’s Ahead, Who’s Behind, and 2025년 2월,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 청문회에서 SCSP(특수경쟁연구프로젝트)의 데이비드 린 수석 이사는 하나의 통찰을 제시했다. "기술패권은 누가 미래를 발명하느냐가 아닌, 누가 미래를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진술은 앞으로 벌어질 국가 간 기술 경쟁의 패러다임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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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P는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2021년 설립한 초당파 싱크탱크다. 설립 목적은 “AI 및 신흥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장기 리더십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이며, 2025~2030년을 기술패권의 결정적 시기로 본다. SCSP의 보고서는 CHIPS Act를 비롯한 미국의 핵심 기술 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2025년 1월 발간한 ‘Welcome to the Arena’ 보고서는 미·중 기술 경쟁의 새로운 국면을 포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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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명확하다. 기술패권이 단순한 혁신 능력이 아닌, '구축과 확장의 능력'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논문 출판이나 특허 건수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 자체 보다, 기술을 대규모로 구현하고 확산하는 인프라와 생태계가 국가 경쟁력의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혁신을 현실로 구현하는 능력, 이것이 앞으로 몇 년간 결정될 기술 리더십의 새로운 기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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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P 분석이 그려내는 기술 경쟁 지형도는 선명하다. 중국은 첨단 배터리, 첨단 제조, 5G 인프라, 상업용 드론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했다. 이 분야들은 강력한 제조 인프라와 대규모 배치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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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양자컴퓨팅, 반도체, 합성 생물학, 핵융합 에너지, 인터넷 플랫폼 분야에서 선도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분야는 과학적 혁신과 기초 연구가 중요한 최첨단 기술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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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바이오 제약, 차세대 네트워크는 양국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 영역이다. 이 분야들은 기초 연구와 대규모 상용화 역량이 모두 중요하며, 향후 5년간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글로벌 기술패권의 판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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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도는 두 국가의 상반된 접근법을 반영한다. 중국은 강력한 제조 기반과 국가 주도 투자로 상업화와 규모에서 앞서며, 미국은 역동적 민간 생태계와 창의적 연구로 혁신을 주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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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030 미중 기술 경쟁 지형도 (SCSP,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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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는 2030년까지의 기술 리더십 추세 방향을 나타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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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성공 방정식: 제조 기반의 통합적 생태계 구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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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P는 중국의 성공 방정식을 분석했다. 중국은 강력한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혁신 기술의 신속한 상용화와 확장을 실현하고 있다. 첨단 배터리, 5G, 상업용 드론에서의 성공은 우연이 아닌 제조 기반 경쟁력의 필연적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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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은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장악했다. 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부품 출하량의 80%를 차지하고, 배터리 생산 능력은 1,705GWh로 미국의 18배에 달한다.¹ 또한 CATL, BYD 등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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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인프라에서 중국의 국가 주도 구축 역량이 두드러진다. 중국은 400만 개 이상의 5G 기지국을 구축해 미국을 약 40배 차이²로 압도했고, 10억 건 이상의 5G 연결과 88%의 사용자 커버리지를 달성했다. 이 디지털 인프라는 차세대 산업의 기반이 되어 중국의 경쟁 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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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드론 분야에서 DJI를 중심으로 한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소비자 드론 시장의 90%, 미국 시장에서도 80%를 차지하며 기술과 가격 모두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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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공 사례들은 중국의 제조 역량과 '중국 제조 2025'와 같은 장기 국가 전략에 기인한다. 중국은 개별 기술 개발을 넘어 원료 공급부터 생산, 상용화, 배포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장악하는 통합적 접근법을 취했다. 이처럼 산업 생태계 전체를 구축하는 '구축 중심' 접근법이 중국 첨단기술의 급속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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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P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핵심 기술 혁신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 핵융합 에너지,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돌파구를 마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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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은 첨단 칩 설계 역량과 EUV(극자외선) 장비 통제로 확고한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첨단 장비 수출 규제와 CHIPS Act로 유치된 4,000억 달러의 민간 투자에 힘입어, 전 세계 최선단 공정 시스템 반도체³ 생산에서 미국의 비중은 2022년 0%에서 2032년 28%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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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에너지에서는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가 2022년 12월 역사적인 핵융합 점화에 성공하며 에너지 혁명의 가능성을 열었다. 미국은 전 세계 45개 핵융합 기업 중 25개를 보유하고, 60억 달러의 민간 투자를 유치했다. SCSP는 핵융합 에너지를 21세기의 핵심 에너지 기술로 보고, 이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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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에서도 미국은 300개의 스타트업과 320개의 투자자를 확보하며 중국을 압도한다. 중국은 이에 비해 30개의 스타트업과 50개의 투자자만 보유하고 있어 민간 생태계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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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혁신 우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기술의 대규모 상용화와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CSP는 미국 정부와 민간 부문 사이의 전략 불일치를 지적한다. 정부는 첨단 제조와 첨단 네트워크 같은 기초 인프라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기업은 AI와 핀테크 같은 고수익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의 에너지 공급망은 AI 데이터 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 전력의 8%가 데이터 센터에 소비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적 간극은 미국의 기술 구현 능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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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간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향방은 SCSP 보고서가 제시한 세 가지 '경합(Contested)' 분야에서 결정될 것이다. 각 분야에서의 주도권 확보가 글로벌 기술 질서 재편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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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은 672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압도적인 투자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미국의 하드웨어 규제를 우회하는 전략으로 대응 중이다. 실제로 중국 스타트업 DeepSeek의 V3 모델은 미국 주요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보이고, 산업 현장 적용 속도 면에서는 중국이 오히려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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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제약 분야에서 미국은 기초 연구와 혁신에서 앞서며, 2023년 FDA 신약 승인 55개와 투자액 57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상업화 및 생산 분야에서는 중국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최근 중국은 자체 혁신에 집중하며 2023년 민간 투자 210억 달러를 유치했고, 글로벌 특허와 혁신 점유율도 높이고 있다. 또한 중국산 원료의약품(API)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무역 적자도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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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네트워크 분야는 미국이 스타링크의 위성 및 D2D(직접 연결) 기술로 위성 인터넷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5G 성공을 기반으로 6G 기술 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은 6,001건의 6G 관련 특허를 확보해 미국(3,909건)을 크게 앞서고 있으며,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이미 중국이 제안한 세 가지 6G 표준안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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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현재 미국이 선도하는 핵융합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에너지부 핵융합 에너지 예산의 두 배에 달하는 연간 15억 달러를 투자하며, 3~4년 내에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이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도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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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 시대의 미국 전략: 여섯 가지 필수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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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P 보고서는 기술패권 경쟁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여섯 가지 핵심 전략을 보고서 전반에 걸쳐 제시한다. ① 혁신 기술을 대규모로 상업화할 수 있는 산업 역량 강화 ② AI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해결할 에너지 인프라 혁신 ③ 첨단 제조업 재건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확보 ④ 6G, 양자 기술, 합성 생물학 등 차세대 기술 표준 선점 ⑤ AI 및 바이오 분야의 오픈소스 전략과 민관 협력 활성화 ⑥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제약 등 핵심 분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중국 의존도 축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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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제조 인프라를 토대로 한 '구축 중심' 접근법으로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상황에서, SCSP는 미국의 선택지를 명확히 제시한다. 미국은 혁신 역량과 함께 산업적 구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SCSP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성공은 기술을 체계적으로 확장하고 산업 전반에 배포하는 능력에서 비롯됐다. 미국이 현재 선도하는 분야에서도 통합적 접근 없이는 태양광 패널이나 드론처럼 주도권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앞으로의 기술패권 경쟁에서는 혁신을 창출하는 국가보다 이를 빠르게 산업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확산시키는 국가가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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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년 기준 중국은 1,705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한 반면, 미국은 93GWh에 그쳤다. (SCSP, Welcome to the Arena, 2025)
2) 2023년 기준 중국은 400만 개 이상의 5G 기지국(인구 10만 명당 206개)을 배치한 반면, 미국은 약 10만 개의 기지국(인구 10만 명당 77개)만 보유하고 있다. (SCSP, Welcome to the Arena, 2025)
3) 최선단 공정 시스템 반도체(leading-edge logic chip)란 주로 5나노미터(nm) 이하의 최신 미세공정(EUV 리소그래피 등)으로 제조되는 고성능 프로세서(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연산 중심의 반도체를 의미한다.
4) 2023년 미국의 민간 AI 투자는 672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두 번째로 높은 투자 규모를 기록한 중국(77.6억 달러)보다 거의 9배 많은 수준이다. 이 외에도 영국(37.8억 달러), 독일(19억 달러), 스웨덴(18.9억 달러), 한국(13.9억 달러) 등 많은 국가들이 AI 투자에 참여하고 있으나, 미국의 투자 규모는 이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Stanford University, 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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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 기업에서 ‘구축’ 기업으로의 전환: 기술 경쟁은 개별 기술의 우위를 넘어 생태계 전체의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과 한국 등 기존에 혁신(R&D)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던 국가들도 이제 중국처럼 ‘구축(인프라·공급망·생태계 통합)’역량을 갖춰야 한다.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서 구축 경험이 있지만, 이제는 이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
☑️ 정부-민간 부문 간 전략적 일치: 기술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시대에 정부와 민간의 ‘전략적 일치(strategic alignment)’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 투자와 민간 혁신의 유기적 결합으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도 CHIPS Act와 에너지 분야 투자를 통해 첨단 제조 및 인프라 재건을 추진하지만, 민간과의 협력과 이해관계 조율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정부가 큰 방향을 제시하면, 민간이 창의력을 발휘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 모델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도 이 흐름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작지만 민첩한 구축 생태계’를 목표로 미래 기간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과 민간 투자가 연계된 일관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 첨단 산업 틈새 공략과 ‘신뢰성 기반’ 경쟁력 강화: 미·중 기술패권이 격화되면서, 한국은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에서 새로운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틈새 공략’ 기회를 맞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원료의약품(API) 대중국 의존도 심화나, 중국산 드론에 대한 안보 우려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체 공급망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은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신뢰성 기반 경쟁력'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킨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 기존 인프라 한계를 뛰어넘는 실용적 혁신: 한국이 AI와 로봇 같은 첨단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를 앞세운 미국과 중국을 단숨에 따라잡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면 한국도 선도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AI 영역에서 중앙집중식 GPU 네트워크가 직면한 연산 병목과 비용 문제는 오히려 한국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초고속 통신망과 반도체 설계 역량을 활용해 분산컴퓨팅 기술을 도입한다면, 고비용 GPU 인프라 경쟁을 우회하면서도 효율적인 AI 모델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다. 로봇 산업에서도 하드웨어 시장이 견고한 중국과 정면 경쟁하기보다는, 로봇-인간 인터페이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영역에 집중하는 비대칭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실증과 안정적인 확산이다. 한국은 작은 시장 규모를 강점으로 활용해 빠른 실증으로 ‘구현 역량’을 증명한다면, 미래 기술 지형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기술 리더십이 '혁신'보다 '구축'에 달렸다는 SCSP의 관점에 동의하시나요? 한국이 이러한 '구축의 시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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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media@fcinst.org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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